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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의 향기/시처럼27

벽소령 내음 벽소령 내음 이성부 이 넓은 고개에서는 저절로 퍼질러 앉아 막걸리 한 사발 부침개 한 장 사먹고 남쪽 아래 골짜기 내려다본다 그 사람 내음이 뭉클 올라온다 가슴 뜨거운 젊음을 이끌었던 그 사람의 내음 쫓기며 부대끼며 외로웠던 사람이 이 등성이를 넘나들어 빗점골 죽음과 맞닥뜨.. 2013. 7. 26.
붉은 가을을 보내며 거센 바람 부는 아침 부슬비 내리더니 수놓은 비단 같던 수풀 절반은 비었네 이미 온 산은 가을빛을 거두고서 남은 붉은 잎을 푸른 물에 띄우네 朝來風急雨濛濛 錦繡千林一半空 已作漫山秋色了 殘紅與泛碧溪中 - 최립(崔岦, 1539~1612) / 비온 뒤(雨後) - 봄꽃의 화려함과 여름의 푸르.. 2011. 11. 7.
마음에도 결이 있다 마음에도 결이 있다 - 박가월 - 나무엔 결이 있고 물에는 흐름이 있다 사람에게도 마음의 결이 있다 흐르는 물처럼 순리대로 마음이 움직여야 신경을 안 쓴다 억새가 부는 바람 따라 휘지 않으면 바람을 버텨 내기가 힘들다 꺾이지 않으면 바람의 힘을 이겨내야 한다 그 바람의 힘만큼 싸.. 2011. 7. 15.
꽃잎 하나 날려도 봄이 가는데 꽃잎 하나 날려도 봄이 가는데 曲江 (杜甫) 꽃잎 하나 날려도 봄이 가는데 一片花飛減却春 바람에 만점 꽃 펄펄 날리니 안타까워라 風飄萬點正愁人 보는 이 눈앞에서 꽃 이제 다 져가니 且看欲盡花經眼 술 많이 마셔서 몸 좀 상해도 저어 말지니라 莫厭傷多酒入唇 강 위의 누각에 물총새 .. 2011. 4. 20.
매불매향(梅不賣香) 오동은 천년을 늙어도 가락을 품고 있고 (桐千年老恒臧曲) 매화는 한평생 추워도 향기를 팔지 않는다. (梅一生寒不賣香) 달은 천 번을 이지러져도 그대로이고 (月到千虧餘本質) 버들은 백 번을 꺾여도 새 가지가 돋는다. (柳經百別又新枝) 향기를 팔지 않는 매화는 만물이 추위에 떨고 있.. 2011. 3. 28.
삼오칠언(三五七言) 三五七言 - 李白 - 가을 바람 맑고 가을 달 밝은데 낙엽은 우수수 모였다 흩어지고 까마귀 잠자다 소스라쳐 놀라네 그리운 임 만날 날은 그 언제일까 이 계절 이 밤을 어이 지낼꼬 秋風淸 추풍청 秋月明 추월명 落葉聚還散 낙엽취환산 寒鴉栖復驚 한아서복경 相思相見知何日 상사상견지.. 2011. 2. 9.
귀천(歸天) 귀천(歸天) - 천상병 -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빛 함께 단 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면은,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새벽빛에 스러지는 이.. 2010. 8. 12.
그러려니 사소서 이젠 그럴 나이가 되었나보다. 혈기 넘치던 시절엔 주장을 앞세워 물러서려 하지 않았다. 타협보다는 입장의 고수만이 정의라고 여겼다. 비록 이로 인해 시련이 있어도 그것만이 소신을 지키는 방법이라 생각했다. 젊은 시절 그렇게 그러면서 살았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면 신체가 둥글둥글 해지듯 날.. 2010. 6. 1.
장작불 내장산에 다녀오는 길에 김제 모악산 근처의 숯가마 찜질방에 들렀다. 원래 사우나를 즐기는 체질인지라 목욕탕에 가면 남들보다 오래 그리고 여러 번 사우나를 들랑거린다. 그런데 나보다 더 찜질을 애호하는 동반자가 전통 숯가마의 효능을 강추하니 여정에서 빠뜨릴 수가 없더라. 황토 흙벽돌을 .. 2010. 1. 22.
강에는 눈만 내리고 강에는 눈만 내리고 산이란 산에는 새 한 마리 날지 않고 길이란 길에는 사람 자취 끊어졌네. 외로운 배 위에 삿갓 쓴 늙은이 홀로 낚시질, 차가운 강에는 눈만 내리고. 江雪 -유종원(당송팔대가)- 千山鳥飛絶 천산조비절 萬徑人踪滅 만경인종멸 孤舟蓑笠翁 고주사립옹 獨釣寒江雪 독조한강설 새해 벽.. 2010. 1.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