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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의 향기/시처럼

삼오칠언(三五七言)

by 천 지 인 2011. 2. 9.

 

三五七言       - 李白 -

 

가을 바람 맑고

가을 달 밝은데

낙엽은 우수수 모였다 흩어지고

까마귀 잠자다 소스라쳐 놀라네

그리운 임 만날 날은 그 언제일까

이 계절 이 밤을 어이 지낼꼬

 

秋風淸   추풍청

秋月明   추월명

落葉聚還散   낙엽취환산

寒鴉栖復驚   한아서복경

相思相見知何日   상사상견지하일

此日此夜難爲情   차일차야난위정

 

 

 

 

   

밝디 밝아도 달빛은 고요할 뿐입니다.

허나 제아무리 맑아도 바람은 움직이게 마련입니다.

()과 동()의 존재로서 달과 바람은 가을밤 정경으로 어우러집니다.

 

생명을 다한 낙엽 그 자체는 정()입니다.

그러나 바람에 의해 동적인 생명력을 지니며 흩어졌다 모입니다.

까마귀는 본디 소란스럽게 움직이나 밤이 되면 고요합니다.

이렇게 잠든 까마귀의 고요함은 본디 고요한 낙엽의 소란스러움으로 깨집니다.

 

님 그리는 시인의 가을밤은 그리움이 뚝뚝 떨어집니다.

시인의 상사(相思)를 달밤의 정적이 더욱 사무치게 하는데,

구르는 낙엽과 소스라친 까마귀는 오히려 상견(想見)의 깊이를 더하게 합니다.

사물은 마음 가는 데로 보이는 법이니 외로운 시인에게 무언들 애타지 않으리까?

 

그리우면 외로우며, 외로움은 그리움을 더합니다.

하지만 그리움의 끝은 외로움이 아닙니다.

간절히 원하면 이루어진다고 합니다.

그러니 사무친 그리움은 아름다운 만남으로 완성될 것입니다.

 

* 3, 5, 7의 언구 형식이 재미있습니다.

  가을, , , 바람, 낙엽, 까마귀는 정()과 동()을 은유합니다.

  그런데 본디의 속성과 서로에 의한 변화를 엇갈리게 배치하여

  님 기다리는 이의 그리움과 외로움을 응축한 시인의 표현 또한 재미있습니다.

 

- 천 지 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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