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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절주절/신변잡기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by 천 지 인 2009. 2. 27.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 고령자에 대한 최저임금 감액적용을 반대한다 -



최저임금제에 대해


임금의 최저한도를 정해 놓고 이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으로는 노동자를 고용하지 못하도록 국가가 법률로 사용자를 강제하는 것이 최저임금제이다. 법적 강제를 통하여 상대적으로 불리한 위치에 있는 노동자를 보호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적인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최저임금법이 제정된 것은 1987년이다. 당시 세계 70여개국에서 최저임금제를 시행중이었으니 우리나라는 근로복지에 관해서는 후진국임을 입증하였다.

1998년 OECD는 ‘최저임금 효과’에 관한 연구에서 최저임금이 임금소득 불평등을 완화한다고 지적하였다. 최저임금이 인상되면 변경된 최저임금에 미치지 못하는 임금을 받던 사람들은 임금이 인상되고, 이보다 얼마간 높은 임금을 받던 사람들도 간접효과 때문에 임금이 인상된다. 이것은 최저임금이 노동자들에게 공정임금을 보장하여 형평성을 제고하는데 효과적임을 의미한다.

그런데 이러한 최저임금제의 입법취지를 무력화 하는 내용으로 최저임금제도 개선방안을 노동부가 내놓았다. 60세 이상 노동자는 동의하에 최저임금을 감액하고, 수습 노동자에게 최저임금의 10%를 감액하는 제도를 현재 3개월에서 6개월로 연장하겠다는 것이다.


개정인가? 개악인가?


빌딩을 포함하여 공동주택에는 30만 명이 넘는 감시 단속직(이하 ‘감단직’) 노동자들이 경비업무와 시설관리를 담당하고 있다. 이들은 24시간 2교대 근무체계로 업무를 수행하지만 감단직이라는 이유로 그동안 줄곧 최저임금에서 제외되었다. 그러던 것을 2007년부터 연도별로 최저임금을 감액적용 하여 2012년에 비로소 100% 적용하도록 하였다.

이에 대해 전아연은 ‘최저임금 적용이 관리비를 상승시켜 결과적으로 경비원의 대량감원을 낳는다’는 핑계로 반대운동에 나섰던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런데 이러한 전아연의 주장에 대해 아파트 경비원의 평균연령이 65세 이상이라며 최저임금 적용 예외가 현실적이라고 찬성하는 사람들이 있다.

일단 경비원의 평균연령이 65세 이상이라는 수치는 타당성이 없다. 이는 2007년 부산지역 경비원의 평균연령이 62.5세라는 조사결과에서 알 수 있다. 또한 인근단지를 살펴보면 많은 아파트에서 최저임금 적용 이후 경비원의 연령을 65세내지는 63세 이하로 규정한 현실에서도 추론이 가능하다. 그렇다면 이러한 현실을 역으로 생각해 보아야 한다. 만약 고령근로자의 취업문제를 이유로 65세 이상 노동자에 대하여 최저임금 적용을 배제한다면, 현재 각 입주자대표회의를 포함한 전아연의 의식수준으로 보았을 때 65세 미만의 경비원은 일자리를 잃게 될 것이 자명하다.

그러나 문제의 핵심은 기준 연령이 아니고 감액적용 여부다. 60세 이상이던 65세 이상이던 고령자에 대해 최저임금을 감액 적용하는 나라는 없다는 것이 민변의 지적이다. 결국 고령자에 대한 최저임금의 차별적 적용은 노인 빈곤을 확대시킬 것이며, 청장년층의 일자리는 저임금의 고령 노동자로 대체하는 효과를 불러와 고용 시장의 불안은 더욱 악화될 것이다.


최저임금과 전자경비의 함수관계


감단직에 대한 최저임금 적용이 전자경비시스템 도입을 유발해 고령자의 일자리를 감소시킨다고들 말한다. 일견 옳은 말처럼 들리지만 그렇지 않다. 현대 사회에서 자동화 및 무인화는 우리의 삶 구석구석으로 파고들고 있다. 이러한 사회적 대세는 빌딩이나 아파트에서도 원격검침과 자동제어, 전자경비시스템 등의 도입으로 나타나고 있다.

아파트는 ‘사람 중심의 마을공동체’라는 특성이 있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빌딩이나 상가 건축물처럼 효율성을 기준으로 급격한 시스템 변경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래서 전자경비 도입이 공장이나 빌딩에 비해서 비교적 완만하게 이루어지고 있었다. 다시 말해서 전자경비의 무풍지대였다가 최저임금 적용으로 인해 전자경비시스템이 도입되기 시작한 것이 아니며, 다만 그 도입의 흐름을 가속시켰을 뿐이다.

아파트에서 전자경비시스템 도입은 이제 경비원에 대한 최저임금 여부와 상관없이 점점 더 확대될 수밖에 없다. 이는 (1) 아파트의 보안수준을 강화하고자 하는 입주민의 욕구와 함께 (2) 첨단아파트라는 이미지 제고를 통한 부동산 가치상승에 대한 기대심리가 결부된 현실을 보면 명확히 알 수 있다. 그러므로 고령자에 대해 최저임금 감액적용은 노인 일자리를 유지하는 임시방편에 지나지 않으며, 전자경비시스템 도입이 다소 완만해지는 일시적 둔화현상 정도에 그칠 것이다. 


우리나라의 노동현실


OECD 보고서에 의하면 저임금 노동자 비율이 24.5%로 OECD 국가 중에서 제일 높다. 뿐만 아니라 연간노동시간, 10만 명당 산재사망자, 성별 임금격차 등도 1위를 차지하였다. 그나마 비정규직 비율은 스페인 때문에 2위에 머물렀다. 이것이 우리나라의 노동현실이다. 게다가 2009년은 전 세계적인 경제위기와 함께 우리나라는 IMF 이상의 위기에 접해 있다.

이러한 경제위기 상황에서는 저임금노동자들의 유일한 소득원인 최저임금 적용을 강화해야 한다. 아울러 2012년으로 예정된 감단직 노동자의 최저임금제 적용 시한을 오히려 앞으로 당겨 저임금 소득계층에 대한 복리를 강화해야 한다. 또한 ‘감시업무를 주업무로 하며 상대적으로 정신적·육체적 피로가 적은 업무에 종사하는 자’ 및 ’근로가 간헐적·단속적으로 이루어져 휴게시간 또는 대기시간이 많은 업무에 종사하는 자‘라는 근로기준법상 감단직 관련 규정을 궁극적으로는 축소 · 폐지해야 한다.


처우를 개선해야 한다


경비원의 경우 주차관리, 쓰레기 줍기, 재활용품 분리수거장 정리, 제초작업, 제설작업, 등기 및 택배 전달 등 부가업무가 사시사철 톱니바퀴처럼 돌아가며 주어진다. 감시직을 적용하면서 실제로는 싼 임금으로 잡다하게 많은 일을 시키고 있는 것이다.

기전실 직원들의 경우는 어떠한가? 주업무가 아파트 공용 부분과 관련된 시설관리를 하는 것이지만 ‘막힌 변기 뚫어 달라’ ‘문짝 개폐불량 고쳐 달라’ ‘세탁기 선 연결해 달라’는 등 각종 세대민원까지 처리하는 것이 대다수 아파트의 현실이다. 이는 감단직 노동자의 64.4%가 본래 업무 이외의 부수적인 일을 수행한다는 노동부 실태조사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아파트의 현실에서 입주민의 생활과 밀착된 업무들을 배척할 수는 없다. 그렇다면 감단직 본연의 업무 이외에 다양한 업무를 처리하고 있는 노동자들에게 최소한의 처우개선이 이루어져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어떠한가?

열악한 근무환경에서도 입주자들의 일상생활이 불편하지 않도록 각종 잔무를 수행함에도 불구하고 세대당 몇 천원의 관리비에 집착하여 직원들의 처우개선은 도외시한다. 최저임금 적용에 의한 인건비 상승을 막고자 제대로 활용할 수도 없는 휴식시간을 쪼개어 준다. 이들은 아웃소싱 체계에서 저임금과 더불어 고용불안에 시달리고 있다. 이런 기형적인 삶의 공간에서 우리는 생업에 종사하고 있으며, 밤에는 자신이 거주하는 곳에서 무관심과 방관으로 또 다른 가해자가 되어 생활하고 있는 것이다.

직원들의 처우문제는 그들만의 문제로 국한될 수 없다. 이는 시설관리업 종사자 전체의 문제이다. 그러므로 수고스럽더라도 관리소장은 직원들의 처우문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관심을 기울여야 하며, 이에 필요한 법적 ·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데에도 소홀함이 없어야 한다.  이러한 노력이 쌓여야 공동주택관리제도 또한 발전할 수 있는 것이다.


 

[한국아파트신문 2009. 2.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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