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산가치 증식을 위한 올바른 전략
몇 년 전 아파트 가격담합을 위해 부녀회가 집단행동을 했던 적이 있다. 그때 정부의 부동산정책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도는 바닥이었다. 그러니 정부정책에 맞서 자신들의 이익을 지키고자 나섰던 아줌마들을 무조건 집단이기주의로 비판할 수도 없었다. 하지만 최근 부녀회의 행위는 집단이기주의로 비판 받아 마땅하다. 얼마 전 서울 강남의 아파트 단지 담벼락에 “00아파트는 주거용 이외의 다른 상업적 용도로는 사용할 수 없습니다”는 현수막이 내걸렸다. 그런데 상업적 용도로 명시된 사항이 놀이방과 유아원이다. 기가 찰 노릇이다.
쓰레기 소각장이나 화장시설의 경우 집값에 악영향을 미친다하여 자기 지역에 들어서는 것을 극도로 반대한다. 여기까지는 이해할 수 있다. 그런데 몇몇 부녀회는 이제 놀이방과 유아원을 쓰레기 소각장이나 화장시설과 같은 혐오시설로 분류한 것이다. 겉으로 내세우는 이유는 어린이집이 생길 경우 시끄러우며, 차량통행이 늘어 위험하고 불편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집값하락에 대한 우려가 그들의 본심이다. 어린이들이 웃고 뛰노는 소리를 차량소음이나 기계음처럼 공해로 인식하고 집값에 결부시키는 발상이 놀라울 뿐이다.
아파트나 단독주택에서 소규모로 운영하는 가정어린이집은 1만5,525곳으로 전체 어린이집의 46%에 달하며, 보육아동수도 전체의 19%에 해당하는 21만여명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이 많은 어린이들은 어디에서 누구에 의해 보육할 것인가? 자신의 재산가치를 지키며, 한 푼이라도 더 상승시키고자 하는 마음은 이해가 간다. 그러나 번지수가 틀렸다.
21세기는 문화가 가치를 좌우한다. 그래서 각 자치단체와 기업은 문화마케팅을 적극 활용한다. 이것은 문화를 홍보수단에만 국한함을 뜻하지 않는다. 문화컨텐츠를 다양하게 구축함으로써 자신의 브랜드 가치를 높여 누구나 다녀가고 싶고 머무르고 싶게 만드는 것이다.
아파트도 마찬가지다. 집값상승을 원한다면 몰가치적 집단이기주의에 의존하지 말고 문화에 주목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 공개적이고 민주적인 입주자대표회의 운영, 잡수입의 투명성 확보, 자치기구간 분열과 반목을 넘어 화해와 협력, 직원에 대한 가족적인 배려와 처우 개선 등이 그것이다.
이렇게 성숙된 관리문화를 토대로 입주민간 교류를 위한 동아리 활성화, 음악회 등 문화프로그램의 도입, 아파트 실정에 맞는 봉사활동 프로그램 운영 등으로 공동체문화를 풍부하게 만들어야 한다. 이런 노력이 어우러져 문화의 향기가 넘쳐흐르고 인간 냄새가 물씬 풍기는 공동체를 만들어 보자. 그러면 그 마을의 브랜드 가치는 인근의 다른 단지를 자연스레 압도할 것이다. 이것이 바로 소프트파워에 입각한 21세기 올바른 집값상승전략이다.
[한국아파트신문 - 2009. 9.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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