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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절주절/신변잡기

4월에 만난 꽃

by 천 지 인 2010. 4. 30.

 

4월 17일 고향집 마당에서 동백을 보았다.

그저 피고 지려니 무심코 지나쳤던 그 꽃이 오늘따라 눈에 들어온다.

일부는 아직 꽃망울로 남아 생명력을 한껏 연장하고 있으며,

일부는 이미 떨어져 바람에 날린다.

"꽃이 피는 건 힘들어도 지는 건 잠깐"이라고 최영미 시인은 읊었다.

 

 

 

 

 

   4월 24일 계양산에 올랐다.

정상까지 등산로를 따라 진달래가 활짝 피었다.

이영도 시인은 진달래를 보며 4월에 스러진 젊음의 "한이 터지듯 여울여울 붉었네"라고 하였다.

꽃 같은 청춘을 역사의 제단에 바친 이들이 있었기에 우리는 지금 이렇게 존재한다.

그러나 살아 남은 자는 이제 그들에 대한 슬픔조차 잊어간다.

 

 

 

 

4월 25일 북한산을 내려오는 길에 목련을 만났다.

하얗게 눈이 부시다.

목월은 "목련꽃 그늘 아래서 베르테르의 시를 읽고 편지를 쓴다"지만,

우리는 "산의 꽃들이 나를 향해 웃으니(山花向我笑) 마침 술마시기 좋은 때일세(正好銜盃時)"라며 막걸리집으로 향한다.

 이백은 아울러 "하늘과 땅이 모두 술을 좋아하니(天地旣愛酒) 술을 사랑하는 것은 하늘에 부끄러울 것이 없다(愛酒不愧天)"고 하지 않던가.

 

 

 

 

- 천 지 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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