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관리현장에서는 사소한 일로 욕먹는 일이 많다. 그중 하나가 가로등 점소등 시간 조절과 관련된 사항이다. 해가 뜨고 지는 시각은 하지와 동지를 기준으로 끊임없이 변화한다. 이러한 시각 변화에 맞춰 근무자는 가로등의 점소등 시간을 능동적으로 조절해야 한다.
그러나 문제는 사람마다 조도의 차이를 느끼는 감이 다르다는 것이다. 근무자와 거주하는 사람이 다르고, 근무자끼리도 다르다. 또한 날씨에 따라서 일몰 시간 보다 먼저 어두워지거나 일출 시간보다 늦게 밝아지기도 한다. 게다가 사람이 살다보면 게으름 탓이 아니어도 착오나 망각에 의해 조절 시점을 놓칠 수도 있다.
가로등 점소등 시간 조절 하나에도 이렇게 변수가 많다. 그런데 점소등 시간이 적절하지 못할 경우,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러한 변수들을 고려하지 않은 채 근무자의 게으름 내지는 무책임으로 탓한다. 하지만 이는 근무자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2.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 정상적인 조직이라면 시스템을 먼저 평가한다. 각종 업무가 기본적으로 시스템과 매뉴얼에 입각해서 움직이는 것이 조직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조직의 시스템과 그에 따른 매뉴얼부터 평가하는 것이 기본이며, 근무자 개인을 평가하는 것은 그 다음이다.
현대는 디지털시대이지만 사람 자체가 100% 디지털화 될 수는 없다. 사람은 기계가 아니기에 아날로그적 속성을 벗어날 수 없는 것이다. 단지 우리는 디지털 문명을 활용하여 좀 더 편안한 삶을 추구할 뿐이다.
그러나 디지털 기기가 생활에 파고들수록 아날로그적 향수는 깊어진다. 이는 올레길 둘레길 옛길에 대한 걷기 열풍에서 추정할 수 있다. 첨단 주상복합에서 사는 것을 로망으로 간직한 사람도 주말이면 전주 한옥마을이나 통영 동피랑 같은 곳을 찾는다. 고사 직전의 인문학 강좌에 사회인들의 발길이 잦아지는 현상도 마찬가지다.
3.
다시 처음으로 돌아와서 가로등 점소등 문제를 생각한다. 앞서 말했듯이 간단한 점소등 시간조절에도 다양한 변수가 존재한다. 그렇다면 관건은 업무처리시 변수를 단순화 시키고 상수에 의한 매뉴얼을 만드는 것이다.
가로등도 마찬가지다. 하루의 길이는 평균적으로 100년에 0.0017초 변동한다고 하니 일몰과 일출시간은 매년 거의 변동이 없는 상수와 다름없다. 그러므로 변동 없는 일몰과 일출 시각에 의해 표준화된 점소등 시간표를 만들어 업무매뉴얼을 구축하면 된다. 그리고 이에 입각하여 점소등 시간을 조절한다면 변수에 따라 그때그때 다르지 않게 되는 것이다.
상생은 디지털세계와 아날로그세계에도 필요하다. 디지털에 휴머니티를 불어 넣는 것은 아날로그적인 인문학의 정신이다. 인문과 문화가 빠진 디지털은 편리함 이전에 차가운 매트릭스의 세계에 지나지 않는다. 그래서 사람이 하는 일이라도 문제해결을 위한 접근은 시스템과 매뉴얼이 우선이며, 성과와 효율을 중시하는 풍토 이전에 사람에 대한 배려와 애정이 기본인 것이다.
[년간 일몰-일출 변동표]
(1) 하짓날이 되기 전 6월 5일부터 6월 20일까지는 일출 시각은 거의 변화가 없다. 그러나 이 기간 동안 일몰 시각은 계속 변화한다.
(2) 하짓날이 직전인 6월 20일부터 7월 6일까지는 일몰 시각은 거의 변화가 없다. 그러나 일출 시각은 계속 변화한다.
(3) 동짓날이 되기 전 11월 29일부터 12월 13일까지는 일몰 시각의 변화가 거의 없다. 그러나 일출 시각은 계속 변화한다.
(4) 동짓날이 지난 후 12월 30일부터 다음해 1월 13일까지는 일출 시각의 변화가 거의 없다. 그러나 일몰 시각은 계속 변화하고 있다.
(1) 지하주차장 램프웨이의 등은 일출 일몰 기준 ±10분 적용
(2) 외부 가로등은 일출 일몰 기준 ±20분 적용
(3) 점등시간은 일몰시간에서 한자리수 분단위의 경우 올림 적용
(4) 소등시간은 일출시간에서 한자리수 분단위의 경우 내림 적용
- 천 지 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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