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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절주절/주류인생

붕어찜 - 환상의 맛

by 천 지 인 2010. 9. 10.

 

붕어는 소화기계통의 질환을 다스리고 식욕을 돋운다고 하니 허약체질에 최고급 영양제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사람이나 간 기능이 약한 사람, 쉽게 피로를 느끼는 사람과 거친 피부에도 효과가 있으며, 산후에 푹 고아서 먹으면 부종을 가라앉힌다고 한다. 그러니 여성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음식인 셈이다. 조선조 궁중 최고의 기(氣) 식품으로서 임금의 즉위식 연회나 왕대비의 6순, 7순 궁중연회에 자주 애용될 만하다.  

 

 

 


잘 요리한 민물고기는 부드럽고 담백하여 그 자체의 미감(味感)이 좋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이러저러한 한의학적 견해를 떠나 민물요리에 사족을 못 쓴다. 특히 무청시래기를 듬뿍 넣어 조리한 붕어찜 앞에서는 식탐 제어불능이다. 그러나 모든 민물고기 요리가 다 그런 것은 아니다. 들깨가루나 깻잎, 수제비 등 부재료를 무분별하게 넣어 민물고기 특유의 맛과 향을 죽이는 요리는 사양하겠다.

 

 

 

 

재료를 익힘에 있어서 부드러움이 지나치면 푸석푸석해진다. 이를 지나치게 의식하여 제대로 익히지 못하면 먹을 수 없다. 그러므로 붕어와 무청시래기를 부드러우면서도 푸석하지 않게 질감을 살리고, 각 재료의 특성이 살아있되 냄비 안에서 하나의 요리로 조화로울 수 있는 것은 고수(高手)나 가능하다. 그런 측면에서 붕어찜은 단연코 전주의 '화산붕어찜'이 제일이다.

 

 

 

 

'따로 또 같이'라고 하였던가? 잘 익힌 붕어와 무청시래기, 그리고 이 둘을 하나의 맛으로 연결하는 양념은 훌륭하다. 함께 한 이는 나의 먹는 모습을 보고 "숨도 쉬지 않고 먹더라"고 표현한다. 그런데 나만 그랬나?

먹어 봐야 맛을 안다는 말은 사실이다. 아는 만큼 느낀다는 말도 맞다. 그렇다면 먹어 봤고 기가 막힌 그 맛을 알았다면 무시로 느끼고 싶은 것이 정상이다. 특히나 오늘처럼 하염없이 비가 내리는 날이면 평상에 앉아 붕어찜에 소주 한 잔이 간절해진다. 계절을 잊고 대책 없이 내리는 비처럼 붕어찜에 대한 간절함도 무대책으로 커지기만 한다.


- 천 지 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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