찌그러진 주전자가 해학적이다.
전주 어느 막걸리집 탁자에는 이것이 놓여 있다.
비좁은 탁자에서 자리 차지하고 있는 주전자에 나는 무심했다.
그러나 곧 주전자의 쓰임새를 알았다.
막걸리를 다 비우자 친구는 주모를 부르지 않고
찌그러진 주전자를 들더니 냅다 흔들어댄다.
“딸랑 딸랑 딸랑 ~”
찌그러진 주전자 속에는 콩돌 몇 개가 들어 있었던 것이다.
그 소리를 듣고 주모가 달려온다.
요즘 웬만한 음식점의 식탁에 붙어 있는
주문용 부저를 대신하는 주전자의 쓰임새와
주인장의 감각이 놀라울 뿐이다.
전주의 막걸리집은 안주가 푸짐하기로 유명하다.
막걸리 한주전자에 12,000원 정도의 가격인데,
병막걸리로 치면 두 통 정도로 짐작된다.
그러나 인천에서처럼 안주를 별도로 주문하지는 않는다.
첫 주전자에서는 삼계탕, 족발, 돼지고기 김치찜이 안주로 딸려 나왔다.
이후 둘째 주전자, 셋째 주전자 ....
딸랑 딸랑 흔들어댈 때마다 육해공을 넘나들며 매번 안주가 바뀌어 제공된다.
막걸리집을 들어가기 전
“이곳에서는 술에 취하기 보다는 안주에 배터진다”고
친구는 행복한 절규를 하였다.
정말 그랬다.
막걸리집에서 우리들 배는 복어처럼 팽팽하게 부풀었다.
푸짐한 안주와 술은 배를 채워준다.
그러나 좋은 사람과 함께 마시는 술은 마음을 풍요롭게 한다.
그날밤 전주에서 나는 배와 마음을 모두 채웠다.
그것도 채우다 못해 넘치도록 .....
- 천 지 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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