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례에 가면 운조루(雲鳥樓)라는 고택(古宅)이 있는데,
이 집 안채의 문간에는 '타인능해(他人能解)'라는 글씨가 새겨진 쌀뒤주가 있다.
외부인도 뚜껑을 열 수 있다는 타인능해,
양식이 없는 이는 누구라도 뒤주를 열고 쌀을 퍼갈 수 있음을 뜻한다.
뒤주의 위치도 집 주인의 눈에 잘 띄지 않는 곳에 놓아두어
쌀을 가져가는 이의 마음까지 배려하였다.
사람 하나 겨우 들어가서 누울 수 있는 곳이 쪽방이다.
진정 타인능해의 쌀뒤주가 필요한 곳이다.
그런데 이곳을 재테크의 대상으로 삼아 대한민국 투기의 지평을 넓힌 자들이 있다.
삶의 극한에서 존재하는 사람들의 보금자리가 그들에겐 투기의 블루오션이었나 보다.
한 평(坪) 남짓의 보금자리마저 투기의 대상으로 삼는 자들에게 타인능해의 배려심까지 요구하진 않겠다.
다만,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없는 사람의 쪽박을 깨뜨리는 행위를 노후대책이라고 변명하는 후안무치(厚顔無恥)한 각료 후보들 !
애꿎게도 그들에게 우리의 미래가 저당 잡히는 현실이 슬플 뿐이다.
- 천 지 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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