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수년 만에 광주 망월동을 참배하고 백양사에 들렀습니다.
그곳에서 우연히 350년 된 매화나무 ‘고불매(古佛梅)’를 보았습니다.
매년 3월 말경에 진분홍빛 꽃을 피우는 홍매(紅梅) 종류라고 하는데,
5월 하순에 방문하여 지고 남은 꽃을 볼 수 있었으니 행운입니다.
도종환 시인의 "첫매화"에 이런 구절이 있습니다.
“상처 없이 어찌 봄이 오고, 상처 없이 어찌 깊은 사랑이 움트겠는지요."
상처에 아파하기 보다는 오는 봄을 기다리며,
상처에 움츠리기 보다는 사랑의 깊이를 더하라는 의미겠지요.
하지만 나로 인해 상처 받은 사람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파집니다.
찰나(刹那)의 시간을 참지 못한 어리석음이 부끄럽기만 합니다.
상처가 꽃이 되고 상처가 사랑이 되려면 상대에 대한 배려와 인내가 전제되어야 합니다.
350년의 세월 동안 숱한 상처에도 불구하고 꽃을 피운 고불매를 생각하며 순간의 경거(輕擧)를 경계합니다.
- 천 지 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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