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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의 향기/시처럼

비 오는 날의 漢詩 - 醉醒과 送人

by 천 지 인 2009. 2. 13.
 

 

 술에서 깨어나 (醉醒)

                                                                - 황경인 (淸) -

꿈속에 치자꽃 향기 살랑 코끝을 스치더니 (夢裏微聞薝蔔香)

눈을 뜨니 베갯머리 서린 한기 쓸쓸하구나 (覺時一枕綠雲凉)

사립문 걸어 잠그는 것을 잊고 잠들었던 게지 (夜來忘却掩扉臥)

산봉우리 사이로 지는 달빛이 슬며시 침상 위로 오르네 (落月二峰陰上床)

 

 

술에 취해 그는 문 걸어 잠그는 것도 잊고 잠이 든다.

꿈속에서 치자꽃 향기를 맡으며 단잠을 자다 새벽녘 서늘함에 깨어 일어난다.

코끝을 스치던 치자꽃 향기는 꿈이었던가?

외로운 베갯머리는 한기만 서린 채 홀로 외롭고 쓸쓸하구나. 

지는 달빛이 슬그머니 잠자리에 오르며 동침을 청한다.

아련하면서도 무언가에 대한 애틋함이 소박하게 표현되어 있다.


반면 너무도 유명한 정지상의 送人은 애달프고 간절하다.

비에 젖어 더욱 푸르른 풀잎, 항구, 슬픈 노래, 눈물 등이 어우러져

님을 보내는 서러움이 한껏 표현되었다.

해마다 대동강에 이별의 눈물이 더해지니 대동강 물은 언제나 마를 것인가?

섣부른 해석보다는 읽는 이의 느낌이 우선이리라.


  

임을 보내며 (送人) 

                                                    - 정지상 (고려) -

비 개인 긴 언덕에는 풀빛이 푸른데 (雨歇長堤草色多) 

그대를 남포에서 보내며 슬픈 노래 부르네 (送君南浦動悲歌) 

대동강 물은 그 어느때 마를 것인가 (大同江水何時盡)

이별의 눈물 해마다 푸른 물결에 더하는 것을 (別淚年年添綠波)

 


 

- 천 지 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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