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영원히 할 수 없음을 슬퍼 말고
잠시라도 함께 있을 수 있음을 기뻐하고
더 좋아해 주지 않음을 노여워 말고
이만큼 좋아해 주는 것에 만족하고
나만 애태운다 원망치 말고
애처롭기까지 한 사랑을 할 수 있음을 감사하고
주기만 하는 사랑이라 지치지 말고
더 많이 줄 수 없음을 아파하고
남과 함께 즐거워한다고 질투하지 말고
그의 기쁨이라 여겨 함께 기뻐할 줄 알고
이룰 수 없는 사랑이라 일찍 포기하지 말고
깨끗한 사랑으로 오래 간직할 수 있는
나 당신을 그렇게 사랑하렵니다.
- 만해 한용운 “인연설(因緣說)” 중에서 -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고 한다. 그 인연이 때론 스치듯 때론 질기게 형태를 달리한다. 인연이 일률적이지 않기에 어렵다. 인연은 관계를 말한다. 그러나 단순한 관계가 아니다. 인(因)과 연(緣)에 의해 결과가 산출된다. 그러므로 인연은 원인과 결과라는 관계맺음이다.
인연에 의해 결과가 만들어지며, 결과에 의해 새로운 인연이 산출된다. 어떤 이에게는 원인이 다른 사람에게는 결과일 수 있으며, 다른 이의 결과는 어떤 이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이것이 인연설이다. 그렇기에 만해는 인연설에서 자기중심적인 열망보다는 상대중심적인 배려를 강조하였다.
아름다운 詩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어려운 말이다. 소소한 것에도 일희일비(一喜一悲)하는 우리로서 상대중심적으로 배려해야 하는 것은 고통이다. 하지만 이런 과정에서 나도 성장하고 상대도 성장한다. 이것이 인연의 순기능이라고 생각한다.
- 천 지 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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