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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의 향기/시처럼

그 꽃

by 천 지 인 2009. 8. 4.

 

 

그 꽃

              - 고 은 -


내려갈 때 보았네

올라갈 때 못 본

그 꽃


오가는 길목에 바위건 꽃이건 사물은 그 자체로 존재한다.

그러나 지나가는 사람에 따라서,

아니 그 사람의 상태에 따라서 볼 수 도 있고 보지 못할 수도 있다.

보더라도 위치와 방향에 따라서,

그 사람의 감정에 따라서 모양과 느낌이 다를 것이다.

 

올라갈 때와 내려갈 때의 다름은

갈 때와 올 때, 식전과 식후, 행하기 전과 행한 후 등

우리가 살면서 항상 처하는 경우이다.

 

여기에서 꽃은 사물이기도 하지만 깨달음이기도 하다.

아르키메데스는 목욕탕에서 유레카를 외쳤으며,

아이작 뉴턴은 떨어지는 사과를 보며 만유인력의 법칙을 발견했다.

하나의 사물이 하나의 모습이 아니듯

하나의 화두(話頭)는 하나의 깨달음만이 아닐 것이다.

‘그 꽃’은 스무자도 되지 않는 글자로 이 모든 것을 함축했다.


- 천 지 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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