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추계곡을 들머리로 하여 도봉산 오봉능선을 오르기로 하였다.
흐린 후 맑음이라는 일기예보는 산행을 시작하자마자 어긋나기 시작한다.
잔뜩 흐린 하늘에서는 싸래기눈이 내리고, 주변 조망은 안개에 가렸다.
그래도 평범하지 않은 특별한 날씨가 더 좋다.
바위가 많은 등산로는 금새 빙판으로 변해 아이젠을 착용하느라 다들 부산스럽다.
하지만 어지간하면 아이젠 없이 다니는 산행에 익숙한지라 그냥 오른다.
그러나 익숙치 않은 빙판길 바위임에도 불구하고 스스로의 힘과 의지로 버티며 묵묵히 함께 오르는 이가 고마울 따름이다.
어렵사리 여성봉에 도달했다.
그 생김이 오묘하게도 국부(局部)를 닮아 여성봉이라 칭한다.
한반도 이곳저곳에 존재하는 망부석이나 남근바위,
그러나 여성봉은 희소가치를 지닌 흔치 않은 바위이다.
[여성봉에 오르는 사람들]
오봉에 오르니 북한산과 도봉산의 봉우리는 안개에 가려 보이지 않는다.
아름답게 펼쳐진 암릉 감상은 추후로 미룰 수밖에 없다.
바위길이 빙판만 아니면 자운봉까지 오르려 했지만 이마저 포기한다.
[도봉주능선에서 바라본 오봉 - 2009. 11]
오봉에서 날머리를 송추폭포로 잡고 하산을 시작한다.
송추폭포에 이르니 폭포는 꽁꽁 얼어 있다.
여름이면 시원스레 물줄기를 토해냈을 그 폭포도 말문을 닫은 채 조용히 봄을 기다리고 있다.
봄은 그렇게 오나보다.
북풍한설(北風寒雪)을 참고 견뎌야 살랑거리는 봄바람도 맞이할 수 있나보다.
- 천 지 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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