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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절주절/사람과 산

나홀로 산행 - 도봉산 종주

by 천 지 인 2009. 11. 23.

 

 

 

 

오늘 산행은 사패능선을 타고 넘어 우이동까지 종주하기로 작정했다. 회룡역에 내리니 10시10분. 대부분의 산행객이 회룡계곡으로 움직일 때, 나는 석굴암 쪽으로 발길을 돌렸다. 석굴암은 백범 김구선생께서 상해로 망명하기 전 한때 피신 하셨던 곳이라 한다.

  

 

 

 

 

범골능선을 타고 오르면 사패능선에 합류한다. 사패능선 송추계곡 분기점까지 오가는 사람이 거의 없다. 한적하고 차분해서 좋다. 산중의 고요는 나의 거친 숨소리에 의해서 깨진다. 간만에 입에서 단내 나도록 산을 타고 싶다는 욕구 탓인지 호흡이 거칠어질수록 걸음도 빨라진다. 인간은 누구나 자학본능이 있다고 한다. 다만 그것의 표출방식이 사람에 따라 다를 뿐이다. 

 

 

 

 


[왼쪽부터 선인봉, 만장봉, 자운봉]

 

며칠 전 내린 잔설이 추위 탓으로 북쪽 사면에는 고스란히 남아 있다. 산 전체가 하나의 큰 화강암으로 이루어진 도봉산, 그 주체할 수 없는 육질을 숨기지 못하고 거침없이 드러낸 암릉 사이의 소나무와 백설의 조화는 아름답다.

 

 

 

 

[대공포 진지]

[포대능선]

 

포대능선의 명칭을 유래한 대공포 진지, 지금도 군데군데 진지의 흔적이 남아 있다. 포대능선은 다양한 기복으로 암릉이 전개되어 일반 산행과는 다른 장쾌함과 스릴을 느낄 수 있다. 난간과 밧줄을 타고 오르며 사지육신을 모두 활용하는 맛은 포대능선이기 때문에 가능하다.

 

 

 

 


[신선대에서 바라본 포대능선]

 

자운봉을 지나 여장을 풀고 김밥과 막걸리 한사발로 허기를 채운다. 산행시 항상 간석역에서 준비하는 1,000원 김밥이다. 김밥의 속이 내용물로 꽉 채워져 있어 맛도 좋지만 1,000원 이라는 가격이 고마울 뿐이다. 흐린 겨울날 차가운 김밥에 막걸리를 마시니 몸이 차가워진다. 다음 산행에는 컵라면을 준비하리라 다짐하며 다시 산행을 시작하여 신선대에 올랐다.

 

  

[신선대에서 바라본 자운봉]

 

 

포대능선과 도봉주능선을 지나 우이암능선으로 접어드니 역시 사람이 없다. 다시 호젓하게 산행을 하며 문득 외로움에 대하여 생각한다. 내가 살면서 고독을 느낀 적이 언제였던가? 곰곰이 생각해보니 사춘기 시절 이유도 모르고 끝도 없이 외로워했던 적이 있다. 그리고 대학시절  역사와 사회라는 대주제 앞에서 갈등할 때 고독했다.

그러나 이후 그다지 외롭다거나 고독을 느낄 겨를이 없었다. 그런데 사패능선에서 한적하고 차분함을 즐기던 내가 우이암능선에 이르러 외로움과 고독이라는 단어를 떠올리다니.... 그리움 탓이겠지. 그리움을 충족하지 못하면 외로워지고 고독해진다는 것을 이제야 알겠다. 이런 깨달음을 가지고 우이동에 도착하니 오후 3시, 도봉산에서 북한산까지 종주를 내년 상반기 목표로 설정하며 산행을 마감한다.

 

 

 

 

 


- 천 지 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