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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의 향기/시처럼

황토에 내리는 비

by 천 지 인 2007. 4. 19.
 

황토에 내리는 비

                                  - 이 가 림 -


동풍이 목놓아 소리치는 날

빈 창자를 쓰리게 하는 소주 마시며

호남선에 매달려 간다

차창 밖 바라보면

달려와 마중하는 누우런 안개

호롱불의 얼굴들은 왜 떠오르지 않는가

언제나 버려져 있는 고향땅

단 한번 무쇠낫이 빛났을 때에도

모든 목숨들은 언문으로 울었을 뿐이다

논두렁 밭두렁

장삼이사의 아우성처럼 내리는 비

캄캄한 들녘 어디선가

녹두장군의 발짝 소리 들려온다

하늘에게 직소(直訴)하듯 치켜든

말없이 젖어 있는 풀들의 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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