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조제에 의해 지금은 사라진 새만금 갯벌,
물과 하늘이 교차하며 공존하던 새만금 갯벌은 김제평야에서 비로소 하늘을 마주하며 뭍이 된다.
그렇게 넓디넓은 들판으로 동쪽으로 달리다 일순간 솟구친 땅은 모악에서 다시 한번 변신하여 산이 된다.
그래서 793m의 평지돌출 모악은 높이보다 더욱 크게 보이되 그 모습은 온유하다.
이런 정도의 산세와 사연을 간직한 수도권의 산이라면 사람으로 붐빌 것이나 호젓하다.
그나마 전주 방면 대원사에서 오르면 앞뒤 사람 소리 끊이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김제 쪽 산행은 금산사 입구에서 사찰 탐방객과 헤어지고나면 주말임에도 오가는 사람이 없다.
어딜 가도 북적거리는 저자거리와 다름없는 수도권 산행,
그래서 평소 사람 많이 타지 않는 산길을 붐비지 않는 시간에 찾으려 했기에 침묵과 고요의 산행을 즐겼다.
모악은 이름처럼 화려하지 않고 수더분하다.
그러나 애써 꾸미지 않은 자태의 내부는 마르지 않은 풍만한 속살을 지녔으니,
이는 오르지 않고는 느끼지 못한다.
힘겹게 오르다보면 그 안의 깊은 맛을 느끼며 모악의 속정에 빠져 들기 마련이다.
그렇게 오른 모악의 정상에서 바라보는 서쪽 땅은 한없이 낮은 자세의 들판으로 존재하며, 동쪽 땅은 하늘로 솟구치며 무진장 고원을 지나 덕유산 향적봉에 이른다.
지리산 천왕봉에서 일망무제의 운해와 끝이 없는 사방의 산줄기를 바라보는 것도 좋다.
소백산 비로봉에서 험난한 바람에 깎여 잔뜩 동글동글해진 능선을 굽어보는 것도 좋다.
마니산 참성단을 지나며 새파란 바다와 비릿한 그 냄새를 느끼며 걷는 것도 좋다.
그러나 모악산에서 하늘 아래 몸을 조아린 땅과 하늘 향해 솟구치는 땅의 두 모습을 좌우로 비교하는 것 또한 분명 색다른 맛이다.
- 천 지 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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