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에는 눈만 내리고
산이란 산에는 새 한 마리 날지 않고
길이란 길에는 사람 자취 끊어졌네.
외로운 배 위에 삿갓 쓴 늙은이
홀로 낚시질, 차가운 강에는 눈만 내리고.
江雪 -유종원(당송팔대가)-
千山鳥飛絶 천산조비절
萬徑人踪滅 만경인종멸
孤舟蓑笠翁 고주사립옹
獨釣寒江雪 독조한강설
새해 벽두에 내린 폭설은 한시 '강설(江雪)'을 떠올리게 한다.
이 한시는 고등학교 시절 교과서에서 접했다.
당시 나는 이 시를 읽을 때 눈을 감고 풍경을 머릿속에 그려보곤 했다.
산을 휘돌아 흐르는 강, 조각배, 낚시하는 노인...
오가는 사람도 없고, 날아다니는 새조차 끊어져 세상은 고요(靜)하다.
오직 내리는 눈만이 끊임없이 움직일(動) 뿐이다.
정(靜)과 동(動)의 세계 사이에 존재하는 노인!
그 노인을 통해 정(靜)은 의인화되고,
동(動) 또한 노인의 낚시라는 행위를 통해 구체화된다.
정(靜)과 동(動)은 낚시하는 노인을 통해 정중동(靜中動)으로 어우러진다.
이것이 바로 한시 '강설(江雪)'의 참맛이다.
- 천 지 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