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절주절/민들레별곡

이쁜이를 아시나요!

by 천 지 인 2007. 2. 26.
 

                이쁜이를 아시나요!

 

 


  우리집 앞에 단란주점이 하나 있다. 이름하여 공원 단란주점이다. 마음씨 곱고 얼굴도 이쁜 김여사 김사장님이 주인이고 입이 삐죽 나온 흑인 인형같이 생긴 미쓰리와 요염하고 노래도 잘하는 김양이 일을 거든다. 주머니에 돈들도 없으면서 술만 취하면 단란주점 김양이 보고 싶다고 김양 타령만 해대는 김씨와 박씨 소원을 들어 주자고 몇몇이 십시일반 얼마씩 내서 우리는 공원단란주점엘 행차하셨다.

  일차로 쏘주를 마셔댔으니 맥주서너병쯤 마셨을 때는 기분이 딱 좋을 때여서 박씨와 김씨는 김양에게 관심 좀 끌어 보려고 노래마이크를 아예 전세 내놓고 있었다. 그러니 우리 말고도 딴 손님들이 꽤 있었는데 그이들이 기분 좋을 리가 있겠는가.

  말 듣기로는 사거리에서 복덕방을 하신다는 단골중의 단골이신 정사장과 역시 김양 이양을 어떻게 꼬셔좀 보려는 이사장, 그리고 주인인 김여사에게 한참 빠져 있는 송사장 -- 딴 테이블의 혈기왕성한 젊은 손님들이 기분 나쁘게 틱틱거리기 시작해대는 것이다.

  박씨가 눈치는 빨라서 “이쁜이를 아시나요” 한곡만 부르고 물러나겠다고 하니까

  정사장씨께서 “이쁜이 좋아하네! 꽃분이도 모르냐?” 한마디 하셨겠다. 그러니 미쓰김 앞에서 스타일 확 구겨 버린 박씨께서

  “이쁜이를 아시나요 신곡 나온 것두 모르냐?” 되받았다. 거기까지는 그렇게 험악하지 않았다. 그런데 그 새를 못참고 정사장이 벌떡 일어나 노래방기계 앞으로 나가더니

  “그럼 어디 그 곡좀 찾아 보셔!”

  그러니 박씨 꼴이 말이 아니다. 천하장사에 성질 급한 성기(이름이 성기가 뭐냐)가 튀어 나가 정사장 가슴팍을 손바닥으로 확 밀어 버렸다. 정사장이 의자에 걸려 뒤로 넘어 졌다. 이사장이라는 양반과 송사장이 뛰쳐 나갔다. 그래봤자 역도선수에 유도까지 배운 성기에게 무슨 수로 당하시겠는가. (비록 떡집을 하고는 있지만 한 때는 그랬다는 것이고 지금도 헬스클럽에서 운동은 계속하고 있다) 우당탕 탕탕! 의자들이 날라가고 붙들고 메다꽂고 아주 아수라장에 난장판이 돼 버렸다.

  맘이 약하디 약한 김여사씨께서 울고 불고 붙들고 말리고 -- 그랬지만 말릴 수 있는 상황은 이미 지났다. 겁에 질린 미쓰김 김양과 이양이 경찰에 신고를 해버렸다. 얼마 있어 경찰 둘이 출동을 하셨다. 그리고 우리들 몽땅 정사장님패들 몽땅 근처 파출소로 끌려갔다. 맘씨 좋게 생긴 우리동네 파출소장님께서 한바탕 야단을 치시고는 슬쩍 자리를 피해버렸다. 우리를 연행한 경찰나리께서 근엄한(?) 얼굴로 조서를 쓰기 시작한다.

  “이름은요? 주소는요? 주민등록번호?”

  박씨와 정사장은 고개를 천길이나 떨어뜨리고 묻는 말에 고분고분 대답하는데 옆에서 죽치고 앉아있는 우리들만 죽을 맛이다.

  “왜 싸웠어요?”

  “이 사람이 이쁜이를 아시나요를 부르는데 ---” 박씨

  “이 양반아 정말 이쁜이를 아시나요가 있다는 거야 뭐야?” 정사장

  “그래 요즘 새로 나온 신곡이다 왜?!” 박씨

  “아니 -- 경찰관 선생 증말 이쁜이를 아시나요가 있습니까?” 정사장

  젊은 경찰은 옆에 앉은 전경인지 의경인지를 쳐다 보며 묻는다.

  “어이! 요즘 새로 나온 노래중에 이쁜이를 아시나요가 있어?!”

  “글쎄요 -- 저도 노래방 간 게 오래돼서 잘 모르겠는데요.”

  “근데 그 이쁜이를 아시나요가 어쨌다는거요?”

  “그 노래를 폼나게 부르려는데 이 양반이 꺵판을 놓는 바람에 --” 박씨

  “뭐야? 꺵판이라니 이 인간 이거 아주 나쁜 사람 아냐?” 정사장

  그러더니 둘은 다시 멱살을 잡고 으르렁 거린다. 젊은 경찰은 기가 막히는지

  “이 양반들 이거 그래도 한동네 사는 사람들이라고 봐주려고 하는데 -- 이거 이래   도 되는 거야?” 화가 나 버리셨다. 길게 끌면 폭행공범으로 싸잡아 들어갈 형편인 성기와 송사장이 질겁해서 말린다.

  “그래서요? 그 이쁜이가 왜 남의 술가게를 부수고 싸움으로 발전했다는 겁니까?”

  풀이 죽은 박씨와 정사장은 동시적으로

  “즈이들이 다 술이 취해서 그랬걸랑요 -- 혹시 술집의 기물이 부숴져 손해를 보셨다믄 즈이들이 다 배상할 것이구 -- 어이구 이거 영 죄송허게 됐십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읎을 것이구 -- 한번만 봐주시구요 -- 즈이들을 이자 곧 내보내 주신다믄 화해를 하고 영원한 친구루 지낼 것인즉 ----”

  “그러면 정말 -- 지금 나가시면 서로 화해를 하시고 -- 단란주점에 손해를 입힌 것은 정당하게 보상하실 것을 약속 하십니까? 한 관내에서 서로서로 얼굴을 맞대고 보실분들이니까 특별히 배려를 해드리는 것입니다.”

  우리들은 그 젊디젊은 경찰한테 인생설교를 삼십분이나 듣고서야 결국 풀려났다. 

  그리고 밖으로 나오니 밖의 날씨는 왜 그리도 추운지. 약속도 했겠다 서로간에 민망도 하겠다 -- 그래 김씨가 술이나 한잔하고 화해나 합시다 제의를 했더니 그 중에 사람 좋아 보이는 이사장이 어이구 좋시다 그럽시다 내가 한잔 사겠습니다! 그러니 우리는 바로 근처의 돼지갈비집으로 몰려들 갔다.

  쏘주를 두잔쯤 마셨는데 정사장이 박씨에게 물었다.

  “증말 이쁜이요를 아시나요가 신곡입니까?”

  우리 패거리들은 이럴땐 어떡해야하나 서로 쳐다 보고 있는데 박씨가 목청을 서너번 가다듬더니 -- 글쎄 해댄다는 노래가

  “꽃분이를 아시나요

  내 사랑 꽃분이 -- “

  그러니 우리는 그 대책 없는 짓거리에 망연자실해서 그냥 술만 마셔대고 있었고 정사장 정씨는 낄낄거리며 박수를 치며 따라 부르고 있었다.

  졌다! 항복이다!


[민들레별곡 / 강진호]

'주절주절 > 민들레별곡'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공포의 뻔데기  (0) 2007.02.28
보라! 시대의 오고 감을!  (0) 2007.02.27
70 인생의 사랑  (0) 2007.02.23
모든 게 어디 탓이라구요?  (0) 2007.02.22
교만이 패망이다  (0) 2007.02.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