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 철학 수고』에서 Karl Marx는 노동임금, 자본의 이윤, 지대, 소외된 노동, 사유재산 생산과 분업, 화폐에 대한 깊이 있는 철학을 펼쳐나간다. 그리고 헤겔의 변증법과 철학 일반에 대해 날카롭게 비판한다.
그중 세 번째 초고 중 '화폐'에 대한 부분을 보면 화폐를 욕망과 대상 사이를 연결하는 뚜장이라고 표현한다. 그가 인용한 '아테네의 티몬'에서 세익스피어는 돈에 대해 이렇게 읊고 있다. "검은 것을 희게 만들고, 못생긴 것을 아름답게 만든다. 나쁜 것을 좋게, 낡은 것을 새롭게, 비천한 것을 고귀하게."
수요는 화폐를 가지고 있지 않은 사람에게도 존재한다. 그러나 그러한 사람의 수요는 단순한 표상, 즉 한갓 비현실적 공상에 불과하다. 하지만 화폐가 있는 자의 수요는 현실적으로 유효한 표상이다. 화폐는 표상을 현실로, 현실을 단순한 표상으로 전화시킬 수 있는 수단과 능력을 갖고 있는 것이다.
또한 화폐는 신실함을 비신실함으로, 사랑을 미움으로, 미움을 사랑으로, 덕을 패덕으로, 패덕을 덕으로, 종을 주인으로, 주인을 종으로, 어리석음을 오성으로, 오성을 어리석음으로 전환시킨다. 모든 인간적이고 자연적인 속성들을 정반대의 것으로 변환시키고 사물들을 전반적으로 뒤집고 전도시킨다고 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말한다.
"인간을 인간으로서 전제하고 세계에 대한 인간의 관계를 인간적 관계로 전제한다면, 그대는 사랑을 사랑과 교환하고 신뢰를 신뢰와 교환할 수 있을 뿐이다. 또한 그대가 예술을 향유하고자 한다면, 그대는 예술적 교양을 갖춘 인간이 되어야 한다"고.
그리고 그 연장선에서 다음과 같이 얘기한다.
"만일 그대가 사랑을 하면서도 상대방의 사랑을 불러 일으키지 못한다면, 다시 말하자면 그대의 사랑이 사랑으로서 발현되면서도 상대방의 사랑을 산출하지 못한다면, 그리하여 그대가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그대의 삶을 표현했는데도 이를 통해 그대를 사랑받는 인간으로 전화시키지 못한다면, 그대의 사랑은 무력한 사랑이요 하나의 불행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라고.
- 천 지 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