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 지 인 2007. 10. 11. 16:33

 

 

 

 

 

 

장자가 임종을 맞이하게 되었을 때

제자들은 성대한 장례식을 계획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장자가 말했다.

“나는 하늘과 땅으로 나의 관을 삼을 것이다.

해와 달은 나를 호위하는 한 쌍의 옥이 될 것이며

행성과 별무리들이 내 둘레에서 보석들처럼 빛날 것이다.

그리고 만물이 내 장례식 날 조문객들로 참석할 것이다.

더 이상 무엇이 필요한가?

모든 것은 두루 돌보아진다.“


제자들이 말했다.

“우리는 까마귀와 솔개들이

스승님의 시신을 쪼아 먹을까 두렵습니다.“


장자가 말했다.

“그렇다. 땅 위에 있으면 나는

까마귀나 솔개의 밥이 될 것이다.

그리고 땅속에서는

개미와 벌레들에게 먹힐 것이다.

어느 경우든 나는 먹힐 것이다.

그러니 왜 그대들은 새에게 먹히는 경우만 생각하는가?“

 

                                            -[장자 도를 말하다] 中 / 오쇼 지음 -

 

 

소크라테스가 죽음을 맞기 전 제자들이 물었다.

“선생님의 장례식을 어떻게 준비하면 좋을까요?”

소크라테스가 이렇게 말했다.

“나를 미워하는 자들이 나를 죽이기 위해 독약을 가져오고 있다.

그리고 그대들은 나를 파묻을 계획을 짜고 있다.

그러니 누가 나의 친구이고 누가 나의 적인가?

그대들이나 나를 미워하는 자들이나 모두 나의 죽음에만 관심이 있다.

아무도 나의 삶에 관심을 갖지 않는 것 같다.“


레닌은 죽기 전에 자신의 동상을 세우지 말라고 이야기 하였다.

비둘기들의 놀이터나 되는 동상을 원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나 레닌 사후 거대한 동상은 물론 

시신의 박제화, 레닌그라드라는 도시 명명 작업 등 일련의 우상화 조치가 이루어졌다.

하지만 100년도 지나지 않아서 레닌이 걱정했던 비둘기들의 놀이터는 고사하고

평생을 함께했던 인민들에 의해 동상이 쓰러지고 만다.


달마대사가 그랬다.

“달을 가르킨 손가락은 언제까지나 손가락일 뿐

달이 되지는 못한다.

손가락을 보지 말고 달을 곧바로 보라.“


그들은 스승의 정신, 스승의 뜻을 헤아리지 않는다.

삶과 죽음 보다는 사후처리라는 형식에만 관심이 있다.

그의 혁명정신보다는 권위에 기대어 자신의 보신에만 정신이 쏠려 있다.

보라는 달은 보지 않고 손가락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만물이 장례식날 조문할 것인데, 무엇이 더 필요하단 말인가?

모든 것은 두루 돌보아지는데 인위적으로 무엇을 만든다는 말인가?

땅 속이든 땅 위든 먹힐 것을 왜 하나의 경우만 생각하는가?

왜 눈에 보이는 것에 집착하여 두려워하고, 꿩처럼 머리만 숨기려 하는가?

 

[ 천 지 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