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들레르 - 취하라!
취 하 라 !
-샤를 피에르 보들레르 (Charles-Pierre Baudelaire)
늘 취해 있어야 한다. 문제의 핵심은 이것이다. 이것만이 문제다.
어깨를 억눌러 그대를 아래로 구부리게 하는 시간의 끔찍한 짐을 느끼지 않으려면
노상 취해 있어야만 하는 것이다.
그러나 무엇에?
술에건, 시에건, 미덕에건, 당신 뜻대로.
다만 취하기만 하라.
그러다가 궁전의 계단에서나, 도랑의 푸른 물 위에서나, 당신 방의 음침한 고독 속에서 당신이 깨어나 취기가 이미 덜하거나 가셨거든 물어 보라.
바람에게, 물결에게, 별에게, 새에게, 시계에게, 지나가는 모든 것에게, 울부짖는 모든 것에게, 굴러가는 모든 것에게, 노래하는 모든 것에게, 말하는 모든 것에게 몇 시냐고 물어 보라.
그러면 바람이, 물결이, 별이, 새가, 시계가 대답해 주겠지.
"취할 시간이다! 시간의 구박받는 노예가 되지 않으려면 취하라. 항상 취해 있어라! 술에건, 시에건, 미덕에건, 당신 뜻대로."
이 방 인
-샤를 피에르 보들레르 (Charles-Pierre Baudelaire)
너는 누구를 가장 사랑하느냐, 수수께기 같은 사람아, 말해 다오. 아버지냐, 어머니냐, 아니면 누이냐, 아우냐?
ㅡ나는 아버지도, 어머니도, 누이도, 아우도 없다.
ㅡ친구들은?
ㅡ당신이 지금 한 말을 나는 오늘날까지 그 뜻조차도 모른다.
ㅡ조국은?
ㅡ그게 무슨 위도 아래 자리잡고 있는지도 나는 몰라.
ㅡ미인은?
ㅡ그것이 불멸의 여신이라면 기꺼이 사랑하겠지만.
ㅡ돈은?
ㅡ당신이 하나님을 싫어하듯 나는 그것을 싫어한다.
ㅡ그래! 그럼 너는 대관절 무얼 사랑하느냐, 괴상한 이방인아?
ㅡ나는 구름을 사랑한다…… 흘러가는 구름을…… 저기에…… 저기에…… 저 신기한 구름을!
不狂不及, 미쳐야 미친다! 정민선생의 저서 제목이다. 몰입하지 않으면, 어떤 하나의 주제에 대해서 미치지 않으면 미칠 수 없다. 이를 수 없다. 곧 이룰 수 없다. 이런 단순한 사실을 우리는 누구나 안다. 그러나 아무나 행하지 않는다.
그래서 혹자는 이런 말을 하였다. ‘성공하기가 세상에서 가장 쉽다’고. 왜? ‘성공을 원하는 사람은 많지만 그것을 성취하려 열심히 노력하는 사람, 미치는(狂) 사람은 드물기 때문이다’라고 말한다. 정민선생의 책에서 나오는 미친(狂) 사람들은 단순히 속물적으로 성공한 사람들이 아니고 일가(一家)를 이룬 미친(及) 사람들의 이야기다.
보들레르는 말한다. ‘취하라’고. 그것이 술이 되었건 시가 되었건 미덕이건 당신 맘대로... 다만 취하기만 하라고 한다. 보들레르 그 스스로는 술에 취하고 시에 취하고 구름을 사랑했지만 그래도 ‘미덕’이라는 명제를 버리지는 않았다.
무엇이 미덕일까? 그 미덕에 대한 기준과 판단은 모두 다르다. 하지만 미치도록(狂) 파고 들어 미치고(及) 마는 것, 어떤 일에 끊임없이 취하여(醉) 자신의 것으로 취하는(就) 것! 이것이 정민선생의 不狂不及과 보들레르의 ‘취하라’가 우리에게 던지는 공통적인 내용 - 바로 진정한 '미덕'인 것이다.
샤를 피에르 보들레르 (Charles-Pierre Baudelaire)
1821년 신부에서 환속한 아버지와 신앙심 깊은 어머니 사이에서 출생.
리옹의 기숙학교를 거쳐 파리에서 중고등학교에 입학.
그러나 사소한 사건으로 퇴학당한 후 진로를 놓고 부모와 갈등이 시작되자, 이때부터 자유롭다 못해 방탕한 생활에 빠져듦.
1857년 오랜 시간 써온「악의 꽃」을 출판한 후 시인으로서의 명성은 얻음.
그러나 신경성으로 인한 건강 악화와 생활고로 괴로움을 겪음.
문학 강연을 위해 찾은 벨기에에서 쓰러진 후 회복하지 못하고, 1867년 46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나 파리 몽파르나스 묘지에 영면.
[천지인 / 2007. 3.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