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의 향기/讀書三到

사장으로 산다는 것

천 지 인 2007. 2. 14. 15:17
 

사장으로 산다는 것

(서광원 저 / 흐름출판 / 2006. 12. 2 )


 

1. 우리 모두는 리더의 경험이 있다.


  이 책에 등장하는 사장은 한 조직의 리더이다. 그 조직이 굳이 기업조직이 아니어도 괜찮다. 행정조직이건 정치조직이건 아니면 친목조직이건 굳이 따지지 않아도 된다. 사람이 살다보면 어떤 형태로든 조직의 리더를 수행한 경험이 개개인에게 존재한다.

  하다못해 학창시절 학급 간부부터 남자의 경우 군대에서 내무반 경험까지 그 편차는 다양하다. 리더는 모두 선택과 실행이라는 동일한 소임을 부여 받는다. 그리고 그 소임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열정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2. 리더는 고독하다.


  그러나 리더는 고독하다. 고독한 하이에나가 되어 일에 파묻히게 되고, 고독하다 보면 단 하나라도 실수하지 않아야 한다는 강박관념과 함께 완벽주의에 다가서게 된다. 한 번 두 번 이런 순환을 되풀이하다 보면 처리해야 할 일이 태산처럼 앞에 쌓인다.

  외로움은 리더가 앓아야 할 병이다. 외롭지 않으면 리더가 아니다. 리더가 된다는 것은 혼자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 외로움은 결정의 순간 극에 달한다. 결정은 온전히 리더의 몫이고, 잘못된 결정의 책임 또한 온전히 리더의 몫이다.

  그러므로 리더는 제 감정을 꾸밈없이 나타낼 만큼 신경이 연약하면 안 된다. 리더는 집념을 가지면서도 집착은 안 해야 하고, 일은 도맡아 하면서도 소유하지 않아야 하고, 거짓말을 좀 하면서 진실을 추구해야 하는, 자신과의 끊임없는 싸움이다. 늙은 소나무 뿌리마냥 질기고 단단해서 슬픔도 기쁨도 감출 줄 알아야 한다.

  그래도 리더는 여유로워야 한다. 아니 여유로운 척이라도 해야 한다. 리더가 여유를 잃으면 부하들은 사기를 잃게 되기 때문이다. 아울러 리더는 현실을 직시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냉혹한 낙관주의로 무장해야 한다. 근거 없는 막연한 낙관은 단지 ‘스톡데일 패러독스’일 뿐이니까.

 

3. 리더의 손가락은 달을 향하지만 조직원은 손가락만 본다


  리더는 조직이 가야 할 방향을 가리킨다. 조직이 강으로 가야 할지 산으로 가야 할지를 미리미리 알려주는 자리인 것이다. ‘오다 노부나가’는 전투 패배에 젖어 활로를 찾지 못하는 참모들의 전략회의시 “회의의 초점은 ‘왜 이기지 못하는가’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이길 수 있는가’로 맞추어서 논하라”는 탁월한 방향제시를 한다.

  그러나 리더는 성질 급하게 나서서 ‘나를 따르라’고 하면 안 된다. 그들이 스스로 생각하고, 스스로 판단하고, 스스로 행동할 수 있도록 기다려야 한다. 오너라고, 리더라고 자신의 생각대로 조직이 움직이리라고 여긴다면 오산이다. 돈이 있다고 움직이는 것도 아니며, 지위가 있다고 움직이게 하는 것도 아니다. 단지 그들은 움직이는 척 할 뿐이다.

  오죽하면 ‘잭 웰치’가 “조직은 백 번을 말해야 한 번 들리는 것처럼 움직인다”라고 했겠는가. 더 나아가 그는 “무엇을 할 때마다 귀에 딱지가 앉을 정도로 끊임없는 격려와 촉구의 북소리를 울려댔다”고 한다. 하지만 부하들의 시행착오를 참아내야 한다. 그러지 못하면 본인의 성장은 물론 부하의 성장, 나와 조직의 성장은 점점 멀어지게 된다.


4. 소심하지만 굽힐 줄 아는 리더


  리더는 어렵다. 자신의 능력과 성격에 상관없이 리더는 모두의 앞에 서야 한다. 뭇사람들이 싫어하거나 못하는 일을 해야 하고, 먼저 알아서 헤아려야 하며, 계획을 가지고 실천해야 한다. 자기가 하고 싶지 않은 일을 남에게 시켜서는 안 되며, 남이 하고 싶어 하지 않는 일은 리더가 해야 한다.

  好不好를 떠나서 ‘이런 걸 꼭 해야 할까? 모두 줘야 할까, 말아야 할까? 사람을 믿어야 할까, 믿지 말아야 할까?’라는 고민에 빠지면 고민하는 자신이 부끄러워진다. 그리고는 주어진 일을 중심으로 담당업무를 수행하는 조직원들이 부러워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리더는 오늘도 구걸을 한다. 조직과 구성원을 위해 주변 사람들에게 구걸 하며, 온갖 모욕을 당하더라도 경우에 따라서는 무릎을 꿇고서라도 구걸해야 할 때는 구걸한다. 이것이 소심하지만 책임감에 사무치는 리더의 모습이다.

  용기가 있고 앞을 보는 리더는 아래로도 굽고 위로도 굽는다. 굽어야 할 때 굽는다. 그럴 때 속으로 흘리는 눈물은 리더의 마음을 담금질하는 냉각수가 된다. 리더라는 자리는 이런 눈물과 고통 속에서 다져지고 유지된다.


5. 리더십 바이러스


  개혁 또는 혁신에는 저항이 따른다. 저항은 어떠한 조직에서도 존재하며, 그 형태는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난다. 그런데 왜 조직 구성원들은 리더의 새로운 비전에 대해 비난하는 것일까?

  그것은 조직원들이 변화를 불편하게 여기기 때문이다. 변화가 이익을 침해하고 자신의 현 위치를 위협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변화를 저지 내지는 지연시키려 한다.

  비전은 미래를 기준으로 한 것이어서 지금 상황에서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대부분이다. 이해하지 못하면 대개 비난부터 먼저 하기 마련이다. 또한 비전은 대부분 불안한 미래에 대한 준비의 성격이 크다. 리더는 미래에 대해 매우 민감하고 급박하게 반응한다. 반면 조직원들은 리더가 아니기에 리더가 되면서 갖게 되는 미래의 불안을 느끼지 못한다. 결국 그 간극은 비전에 대한 비난을 유발하게 된다.

  또한 비전 자체가 대개 어려운 일이라 그 일을 이루어가는 과정에는 리더도 예상치 못한 문제점들이 자꾸 도출된다. 이때 비난의 화살과 함께 비난에 대한 합리화도 쏟아진다. 일을 진행하다 보면 마찰은 피할 수 없다. 그리고 비전을 이루는 과정에는 핵심부서나 사람이 있는데 그렇지 않은 사람들의 반대자로 변할 확률이 크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대안을 말하기 보다는 문제를 찾는 데 더 익숙하고 그것을 보다 구체적으로, 그리고 당혹스러울 정도로 악하게 만드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그러므로 리더는 끈질기고, 치밀하게, 그리고 수시로 비전과 개혁에 대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전파해야 한다.


6. 리더와 조직


  리더는 조직의 역량을 효율적으로 활용하여야 한다. 안 되는 조직은 자신의 힘을 쓸데없는 곳에 낭비한다. 이런 조직은 이런저런 낭비를 많이 하지만, 그 중에서도 특히 사람 낭비를 많이 한다. 잘나가는 조직의 리더는 사람관리를 잘 한다는 특징을 갖는 것은 특별한 일이 아니다.

  또한 일의 핵심을 꿰뚫어 조직원이 필요한 행동을 적시에 하게 하는 것이 리더의 일이고, 리더가 생각할 시간을 만들어 주는 게 현명한 조직원의 일이다. 이렇게 상호 유기적으로 조직이 운영될 때 기능관리자만 존재하는 ‘분절형 조직’을 벗어나 전체적인 구도 속에서 조직은 움직이게 된다.

  리더는 끊임없이 싸운다. 이 세상 모든 것과 싸우고 자신과 싸운다. 맨 먼저 자신과 싸우고 세상과 싸우며 맨 마지막에 다시 자신과 싸운다. 궁극적으로 자신과 싸운다.

  이렇게 싸우면서 실패하고 좌절하고 상처 받는 게 리더이지만 그럼에도 남을 격려하고 칭찬하는 일을 게을리 하면 안 되는 것이 리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