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탄길과 민들레별곡
2006년 년말에 동인천 배다리에 있는 헌책방에 놀러 갔습니다.
그곳에서 우연히 발견한 책 - "연탄길 1, 2, 3" 세권을 구입했죠.
"한권 값에 세권을 ...!"
뿌듯한 심정으로 집에 왔습니다.
그리고 신년 연휴 때 읽었습니다. 가슴이 훈훈하더군요.
그때 문득 "민들레별곡(강진호 書/ 1996년 4월 出/ 회평론사)"이라는 책이 머리에
떠오르기에 책더미 속에서 먼지 앉은 책을 찾아 마저 읽었습니다.
책을 펼치니 내용에 앞서 지난 시간이 머리에 떠오릅니다.
책의 저자를 포함해서 저랑 술잔을 기울이던 사람들 세분은 현재 고인입니다.
한분은 마석 모란공원에, 한분은 부평 공원묘지에, 그리고 저자는 영종도 공원묘지에
계십니다.
.......
연탄길과 민들레별곡은 모두 서민들의 살아 가는 이야기입니다.
그러나 그 모습을 서술하는 방식은 상이합니다.
연탄길은 항상 결론이 따뜻합니다.
민들레는 적나라하기에 시원합니다.
연탄길은 세심하게 배려하는 마음을 일깨웁니다.
민들레는 있는 모습 그대로 받아 들일 것을 가르칩니다.
연탄길이 인간적인 메세지라면
민들레는 원초적입니다.
연탄길이 서민적이라면
민들레는 민중적입니다.
그러나 결론은 동일합니다.
역사니 민중이니 하면서 떠드는 것을 경계합니다.
역사의 주체니 뭐니 하면서 삶을 간과하는 것을 훈계합니다.
술을 마시고 비칠거리면서도 주변을 생각하는 따듯함을 이야기하는 연탄길과
주정과 주먹이 오가는 속에서도 숨길 것 하나없이 서로를 까발리는 민들레 ...
이제 잊혀져 가는 "민들레별곡"을 이곳에 원본으로 연재하렵니다.
사연은 그렇습니다.
어제 우연히 그동안 묵혔던 플로피디스크를 정리하고 있었습니다.
90년대 이렇게 저렇게 제가 써 온 글들을 정리하다가 "민들레별곡" 원고를 발견하였
습니다.
당시 민중정치연합 소식지 및 사회평론 길에 원고를 보내던 저자는
마감일에 맞추어서 제게 플로피디스크를 건네 주며 기사송고를 부탁했었죠.
그 디스크가 아직까지 제 책상에 보관되어 있었던 거죠.
연말년초 헌책방에서 디스켙 발견까지 우연이라 치부할 수만 없더군요.
저자의 원고는 1996년 4월 1일에 "민들레별곡"이라는 단행본으로 발간되었습니다.
이틀뒤 저자는 책을 들고 찾아와 막걸리를 한턱 내더군요.
막걸리 한됫박에 근사하게 저자의 서명이 있는 책까지 받았습니다.
발간을 축하하며 부어대는 막걸리와 함께 하는 시간은 무척 즐거웠습니다.
저자의 걸쭉한 육담과 어우러진 민초들 이야기는
출판 이후 언론과 매체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저자는 그러한 기회를 활용하는 치밀함과 세련됨을 거부했으며,
시류에 흔들리는 경박함과 천박함을 체질적으로 싫어 하였습니다.
그러면서도 끊임없이 가족과 세속, 그리고 자신 사이에서 갈등하면서
지인들과 술잔 기울이는 것을 멈추지 않았죠.
결국 그는 즐기던 술잔을 뿌리치지 못한 채,
간경화로 2000년 여름에 자신의 삶을 마감하였습니다.
아울러 함께 술잔을 기울이던 분들이
2001년과 2003년, 마석으로 부평으로 한 분씩 떠나더군요.
이제 다시 읽어보니 10여년전 쓰여진 글이지만,
사실적이고 노골적인 표현은 맛깔스럽습니다.
저자가 책으로 발표했던 글 모두는 아니지만,
제가 보관하고 있는 원고를 한편씩 올리겠습니다.
그리고 추후 시간이 허락하는 데로
글의 무대가 되는 인천 백마장 똥개울 근처에 대한 현재의 모습 및 후일담과
저자의 삶에 대한 부분을 작성하여 올리겠습니다.
이것이 그동안 민생고 해결 때문에 잊고 지내던 저자에 대한 도리이며,
이러한 과정을 통해 그간의 삶에 대해 진지하게 성찰하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