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의 향기/시처럼

거울보고 늙음이 기뻐서

천 지 인 2007. 1. 4. 15:23
 

 


1.

“사는 것이 소중한 일 못된다면

늙는 것이 슬퍼할 일이랴.

사는 것이 소중한 일이라면

늙음은 곧 그만큼 오래 살았음일세.

늙지 않았다면 요절하였을 것이고

요절하지 않았다면 노쇠함이 마땅한 법.

노쇠는 요절보다 나은 것

그 이치 의심할 나위 없네.

....

기뻐할 일이지 탄식할 일 아니로다.

술이나 한 잔 더 기울이세.“ 

- 백거이 ”거울보고 늙음이 기뻐서“ 中 -


2.

요즘 나이듦에 대해서 슬프다고 하는 30대 후배들이 많더군요.

그런데 백거이는 삶이 소중하듯 나이듦도 기뻐할 일이라고 하죠.

하루의 변화가 쌓여서 마지막 날의 변화는 해의 변화를 수반하였습니다.

해의 변화는 생물학적인 나이테에 주름을 하나 더 그었습니다.

지구의 공전주기로 셈하면 수치의 단순 누적 - 몇 회전 했는가 입니다.

그러나 지구로부터 여행한다고 생각해 보십시오.

지구의 공전속도로 계산하였을 때 대략 10년이면 태양계의 끝을 넘어서게 됩니다.

그러면 현재 자신의 나이로 계산하면 어느 은하계를 지나고 있을까라고 상상하여 보십시오.

나이듦이 결코 슬프지 않고, 즐거운 상상이 될 겁니다.

 

 


3.

젊음이 그 자체로 아름답다고 하지만, 나이드는 것은 자연의 이치입니다.

공자는 사십에 불혹이라고 천명하였습니다.

그러나 우리 같은 사람은 불혹하려 노력할 뿐입니다.

젊음의 패기와 열정이 사라지면 무뎌진 감각과 흐릿한 비판의식이 자리합니다.

무딘 정신을 더욱 가다듬으면서 세상을 깊은 눈으로 보기 위해서는 불혹을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그래서 저는 이렇게 얘기합니다.

“나이 사십이면 미혹함을 경계해야한다”고.

사십이면 자연스럽게 불혹의 경지에 이르는 것이 아니라 더욱 미혹을 경계해야 합니다.

그렇게 한 십년 노력하다가 오십대(知天命)가 되면

하늘의 뜻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