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의 향기/讀書三到

도쿠가와 이에야스

천 지 인 2020. 5. 15. 14:48

도쿠가와 이에야스 (32)

 

 

1

 

남이 알지 못하는 병법은 남과 다른 학문에 의하지 않고는 생겨나지 않는다. 남과 같은 학문을 닦고 있으면 당장 속이 들여다보이게 된다. (오다 노부히데) p67

 

말이나 이론이 그대로 인간을 움직이지 못하는 불완전한 것임을 그의 젊음은 아직 알지 못했다. 이론의 승리가 오히려 상대방의 감정을 격발시키는 일도 종종 있었다. p141

 

3

 

대장의 칼은 잡병의 칼과 다르다고 몇 번이나 말해야 알겠어?”

힘이 없다, 덤벼라! 하는 말에 넘어가 달려든다면 그건 잡병이야. 대장은 그따위 상대의 말에 움직여서는 안 돼. 그런 말에 정신을 빼앗기지 말고 언제나 전군을 어떻게 지휘할 것인가를 잊어서는 안 되는 거야.”

"자신이 먼저 덤벼서는 안 돼. 그러나 상대가 언제 공격해오건 재빨리 그것을 피해야 하는 거야. 그러면서 전군의 움직임을 살펴야 해. 즉 공격을 가해오면 반드시 피하고.... 피하되 절대로 베임을 당해서는 안 돼. 상대를 베어서도 안 되고 이쪽이 당해서도 안 돼! 이게 바로 대장의 칼이야.“ p202 ~ 203

 

덴신은 타케치요의 무릎에 볶은 쌀을 담은 주머니를 휙 던져주고 자기만 주먹밥을 꺼내 맛있게 먹기 시작했다. 주먹밥에는 매실 장아찌가 들어 있고 따로 소금에 절인 빨간 송어 한 토막이 있었다.

타케치요가 부러운 듯 흘끗 바라보았다.

못난 놈.”

덴신이 꾸짖었다.

대장이 부하와 똑같이 맛있는 것을 먹으려 해도 되는 거냐? 이것은 너의 할머니가 준비한 점심이야.”

타케치요는 알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고 볶은 쌀을 씹었다. p213

 

 

 

5

 

"유능한 사람은 언제나 발톱을 감추고 있지. 그러나 유능한 사람은 자연의 움직임을 깊이 살펴 조수가 밀려오기 전에 배를 준비하고 눈이 내리기 전에 덧신을 마련하는 것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고 들었습니다." p128

 

사람들은 자신의 약점과 비슷한 것을 남에게서 발견하면, 이것을 '인간미'라 부르고 기뻐한다. 그러나 사실은 그 반대이다. 인간은 누구나 다 약한 것이라 생각하여 의지하는 마음을 없애고 그때부터 마음의 유랑을 시작한다.

.....

이 난세에 하나의 영지를 다스리며 일어서려는 자는, 그에 걸맞는 강인함을 연마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 강인함은 바로 지독과 연결되기 때문이다. p171

 

"서서히 흐르는 물은 답답해 보이게 마련이지. 그러나 이 물도 서로 뜻이 맞는 것끼리 모이면 폭포도 될 수 있고 분류(奔流)가 되기도 한다. 케이타쿠, 서두르지 말자. 서서히 큰 강물이 되자는 말이다."

"나는 앞으로도 결코 서두르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잠시도 멈추지 않겠다." p257

 

6

 

입으로만 여자를 위로하는 것처럼 무책임한 장난은 없다. p129

 

큰일을 당했을 때 동요하지 말라. 크게 눈을 뜨고 우주를 보라. 그러면 순리(順利)와 역리(逆理)가 저절로 마음의 눈에 보일 것이다. 다가오는 겨울은 어떤 용사라도 막지 못하고 어떤 지자(智者)라도 피하지 못한다. 겨울을 피하는 것처럼 보이고 막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자기 마음의 거울이 일그러졌기 때문이다. 그 일그러짐이야말로 미망(迷妄)이고, 미망을 가진 자는 반드시 패한다. p154

 

운명은 인간의 힘으로 움직일 수 있는 것일까?

움직일 수 없는 것을 움직이려 한다면 헛된 일이고, 움직일 수 있는 것에 손을 대지 않는다면 그것은 태만이었다. 인간의 활동에 따라 움직이는 운명과, 운명의 움직임에 따라 활동하는 인생은 분명히 있다..... 이런 생각과 함께 함부로 움직일 수 없는 망설임이 고개를 들었다. 그 어느 쪽도 행운을 놓치지 않으려는 욕심에서 비롯되는 것이기는 하지만, 이에야스는 지금 그 기로에 서서 양쪽의 비중을 계산해 보았다.

운명을 절대적인 것으로 본다면 그것은 하나의 체념과 통하고, 자신을 절대적인 것으로 본다면 그것은 남의 눈에 망동(妄動)으로 비칠 터였다. 비록 세상의 눈에 어떻게 비치건 인간에게는 절대적인 것으로 믿고 움직일 수밖에 없는 빠듯한 하나의 선이 있었다. p167

 

7

 

무릇 지략이 성공을 거두고 못 거두는 것은 잔재주가 아니라 그의 근성에 달려 있다고 생각합니다.” p106

 

방황하는 자에게는 언제나 암시가 필요하다. 따라서 그 망설임의 내용에는 개입하지 않고 상식의 테두리를 벗어나지 않는 한에서 조언하는 것이야말로 명승이자 고승이다. p140

 

8

 

사기(士氣)와 유행처럼 변덕스러운 것도 없었다. 뉴가 더 강하거나 어딘가에서 무엇이 유행하거나 하면 별로 이렇다 할 의미가 없는데도 신이 나서 들뜨는가 하면, 그 반대인 경우 이 역시 의미가 없는데도 맥없이 사라져버리고는 했다. p216

 

9

 

이에야스는 노부나가가 마음의 규모를 원심 쪽으로 넓혀 나갈수록 자신은 구심 쪽으로 돌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밖으로 향하려는 마음과 안으로 향하려는 마음은 절대로 충돌할 우려가 없다. 그러나 만일 같은 방향을 지향한다면 반드시 불행한 충돌이 일어날 터. 노부나가가 어떻게 천하를 평정할 수 있을까 고심하고 있을 때, 이에야스는 자기가 태어난 땅에 베어 있는 눈물을 되씹고 있다. p246

 

10

 

한 가지 장점도 없는 인간은 존재하지 않았다. 장점이 없는 것이 아니라, 상대가 발견하려는 노력을 게을리 한 결과였다. 따라서 인간과 인간의 다툼은 그 결점의 충돌로부터 비롯되고, 인간과 인간의 화합은 장점이 만나는 곳에서 생겨났다. p25

 

()라는 글자는 과()를 지()하는 것, 즉 창을 멈춘다는 뜻일세. 내 날개 밑에서 편안히 살아가는 사람이 많으면 그 결과는 틀림없이 우리의 승리로 끝날 것일세. p269

 

 

12

 

아무리 전투가 일상다반사처럼 되풀이되는 시대라고는 하나, 일단 전투가 벌어지면 그것은 목숨과 관계되는 일이었다. 그런 만큼 작전회의의 마지막에는 언제나 선동의 교묘함이 분위기를 좌우하고는 했다. 걸핏하면 징조가 좋다거나 운이 좋다거나 또는 벌써 이겼다거나 하는 등 여러 가지 일을 끌어내어, 이를 암시함으로써 두려워하는 마음을 봉쇄해나가는 것이었다. 바꾸어 말하면, 작전회의는 이성을 다해 면밀히 검토한 뒤 그 이성을 초월한 열광으로 사람들을 몰고 나가지 않으면 안되는 것이었다. p186

 

"순간적으로 재치를 부릴 때는 문득 생각난 일이라고 말해야 한다. 그것을 전부터 생각했다는 듯이 말하면 거짓이 되는 거야." - 도요토미 히데요시 - p200

 

13

 

"대장이란 말이다. 존경을 받는 것 같지만 사실은 부하들이 계속 약점을 찾아내려 하고 있는 게야. 두려워하는 것 같지만 사실은 깔보고, 친밀한 척하지만 사실은 경원을 당하고 있어. 또 사랑을 받고 있는 것 같으면서도 사실은 미움을 받고 있어."

나가츠마루는 멍한 표정이 되었다

이러한 정도는 이미 그가 이해할 수 있는 한도를 넘어서고 있었다.

그러나 이에야스는 무엇에 쫓기기라도 하듯 말을 계속했다.

"따라서 부하를 녹봉으로 붙들려고 해도 안 되고 비위를 맞추어도 안 된다. 멀리하거나 너무 가까이해서도 안 돼. 또 화를 내게 해서도 안 되고 방심케 해서도 안 돼."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좋은 질문을 했다! 부하는 반하도록 만들지 않으면 안 돼. 다른 말로 하면 심복(心腹)이라는 것인데, 심복은 사리를 초월한 데서 생기는 거야. 감탄하게 하고 또 감탄하게 하여 좋아서 견디지 못하게 만들어나가는 것이다."

"."

"그러기 위해서는 모든 면에서 가신들과는 다르지 않으면 안 된다. 그렇지 않으면 오래지 않아 훌륭한 가신들을 모두 치쿠젠에게 빼앗기게 되는 거야."

 

.....

 

"가신들이 쌀밥을 먹거든 너는 현미나 보리밥을 먹어야 한다. 가신들이 아침에 일어나거든 너는 새벽에 일어나거라. 다음에는 너를 매사냥에 데리고 가서 몇 리나 걸을 수 있는지 시험하겠다. 체력도 가신보다 앞서야 하고 분별력도 가신보다 뛰어나야 한다. 인내심도 절약도 가신을 능가해야 하고 자비심도 가신보다 많아야만.... 비로소 가신들은 너에게 반하고 너를 존경하며 곁에서 떠나지 않게 된다. 알겠느냐. 이러한 대장으로서의 수업을 엄격히 해나가야 한다." p181 ~ 182

 

"전하의 전투방식이 칸파쿠답지 않다는 것을 깨닫지 못하셨습니까? 하시바 치쿠젠의 전투방식과 칸파쿠 히데요시의 전투방식 사이에는 어떤 차이가 있어야 하는지 생각이 미치지 못하셨습니까?" - 네네가 히데요시에게 - p294

 

"칸파쿠는 이미 천하인입니다. 천하인이 자기 부하를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다면 큰 치욕, 그와 같은 자신의 역량부족에 화가 나 소중한 부하를 공격해 멸망시킨다면 그것은 분명 도리에 어긋나는 일입니다." -네네가 히데요시에게 - p297

 

14

 

히데요시가 두려워했던 것은 이에야스 한 사람뿐.... 이라니 얼마나 솔직한 고백인가. 어떤 의미에서는 인간이란 서로 두려워하는 사람끼리의 대립이고, 승리자란 대개 그 두려움을 상대에게 보이지 않는 사람을 가리키는 것이었다. 그러기 위해 '인내'도 하고 '협박'도 하며, '태연'을 가장하는가 하면 '거짓말'도 되풀이 한다.

히데요시는 이런 것을 모두 무시하고 아무 거리낌없이 '두려움'을 말하고 거침없이 '협박'할 수 있는 경지에 도달했다는 말인가....? p321

 

15

 

이에야스의 눈에 희미하게 이슬이 빛났다.

"츠키야마와 얘기를 나눌 때면 언제나 분노를 느꼈어. 상대의 주장이 옳으면 옳을수록 분노가 치밀었어.... 옳다는 것이 때로는 인간을 조금도 행복하게 만들어주지 못하기도 하네." p252

 

"옳은 일로 충돌해 좋을 경우도 있지. 하지만 양보하는 편이 도리어 옳을 경우도 있네. 인간 각자의 취향도 마찬가지야. 상책이 하책이 되고 무책(無策)이 상책으로 바뀌는 경우도 이어." p254

 

16

 

이예야스와 코에츠의 대화

그 풍류 참으로 훌륭하였습니다.”

훌륭하기만 하다는 말이지. 고마운 세상이라고는 생각지 않나?”

죄송합니다마는, 고마운 세상이라는 말은 좀 더 생각한 후에 쓰려고 합니다.”

허어, 아직은 고마운 세상이란 생각을 하지 않는다는 말이지?”

. 이 세상에는 아직도 다도 같은 것을 즐길 수 없는 사람이 많습니다. 풍류로 즐기는 것은 즐기는 당사자는 고마운 일, 그럴 수 없는 사람들의 존재를 잊는다면 무의미한 일일 것입니다.”

.......

황송합니다마는, 태양은 누구의 눈에도 뚜렷이 보이지만 제 운명의 별은 보이지 않습니다. 모르는 것이 아는 것보다 위대하다는 해석은 좀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p98

 

자네는 완전무결한 명검을 본 적이 있나?”

글쎄요, 그것은.... 하지만....”

보았다고는 말할 수 없을 것일세. 칼도 사람도 마찬가지야! 그렇다고 흠이 있는 칼을 그대로 두라는 뜻은 아니야. 그렇게 되면 진보가 없으니까. 완전한 것을 추구하는 마음과 완전한 것이 있느냐 없느냐 하는 문제는 별개일세. 완전한 것을 추구한 나머지 작은 흠에 손을 대었다가 칼 자체를 부러뜨리면 안 된다는 말일세. 그 성급함이 어리다는 거야.” p284

 

"인간이란 화가 났을 때 특히 상대를 잘못 보기가 쉬워. 자네는 히데요시가 싫은 게 아니라 칸파쿠라는 권력이 싫은 거야. 어니, 싫어한다기보다는 두 가지를 엄밀하게 구별하는 안목이 없어.... 그래서 어리다는 것일세.” p286

 

자네도 그렇지만 이 리큐도 무장이 될 생각이 있었다면.... 무장으로 출세할 능력이 없어서 자네가 서도(書道)나 칼의 감정에 일가를 이루고, 내가 다도에 몰입하게 된 것은 아니야. 이십만 석이나 삼십만 석짜리 무장이 되어 영지를 다스린다고 하여 만족할 수 있는 인간이 아니었어. 그래서 자네는 무장의 혼을 떠맡는 길을, 나는 이 다도를 지향했어. 알겠나, 정치나 모략에는 반드시 추한 것이 따르게 마련일세. 그 추한 것을 용납하지 못하는 천성.... 자네와 내가 천성적으로 가지고 태어난 업일세.”

......

자네는 자네대로 허용할 수 있는 마지막 선이 있을 거야. 마찬가지로 나에게도 그것이 있네. 이것만은 서로 굽히지 말도록 하세.... 그러나 이를 분별하지 못하고 분노하는 어리석음은 피해야 하네.”

......

이해가 되는 모양이군. 우리의 생명은 진리를 지향하고 정치의 생명은 안거(安居)를 지향하는 것일세. 어느 길이 더 험한지는 자네가 잘 알고 있을 터....”

......

코에츠와 리큐의 사고방식이 무장이나 정치가의 그것과 충돌하지 않을 리가 없었다. 당연히 있어야 할 것에 부딪쳐 앞뒤도 잊고 분노한 자기를 리큐는 어리다고 평했을 뿐, 결코 세속에 굴복하고 탁류에 물들라고 한 것은 아니었다. p287 ~ 288

 

17

 

신념 없는 행동처럼 세상을 그르치는 것은 없네. 요리모토는 철저한 신념으로 일관했어. 비록 혈육 사이에 불행한 문제가 있었으나, 그가 개설한 바쿠후는 백육십 년이란 오랜 세월을 존속하면서 카마쿠라 무사의 유풍과 업적을 남겼어. 그런데 그 후 일어난 아시카가에게는 그것이 없었어. 단지 천하를 손에 넣으려고 서두른 나머지 인간의 욕심에 의존했어. 이익을 미끼로 가신들을 낚아 그 위에 군림하려고 했던 것일세. 그리고 욕심의 발호 때문에 하극상의 난세를 초래해 자기 자리를 빼앗기고 도리어 유명무실한 존재로 전락했어.” p37

 

"상대는 권력을 가지고 있으나 나는 무력해. 그 무력한 내가 도전한다. 상대가 나의 도전에 응했을 때는 이미 패하고 있는 거야.” p63

 

인간의 불완전성을 리큐는 알고 있었다. ‘절대는 관념에서만 존재하고, 그것을 추구하는 데서 인간의 인간다운 서글픔을 떨쳐버릴 수 없음을 잘 알고 있었다.

히데요시는 행운 속에서 인간이 갖기 쉬운 오만 때문에 자신을 절대라고 오인하고 있었다. 신사와 사찰은 계속 세우지만, 그 밑바닥에 신앙이 없었다. 어깨를 두드리며 담소는 하지만, 그것은 정복자의 수단이지 결코 진실의 동화(同化)가 아니었다. p87

 

판단이 부족하면 참다운 용기가 생기지 않아. 무릇 인간의 생명이란 우주의 생명 그 자체의 일부야. 따라서 인간의 생명도 우주의 이법(理法), 우주의 인연에서 벗어나지는 못해.” p110

 

"굽힐 수 없는 도는, 아무리 무식한 산촌의 노인이건 천하의 권력자이건 조금도 차별을 두지 않고 제도(濟度)하는 일, 이것 하나임을 깨달았습니다.” p181

 

무사란 기묘한 것이라니까....’

의리라는 기묘한 사료(飼料)로 사육되고 있으면서도 주인에게 약간만 틈이 보이면 당장에 상인 이상으로 교활한 수법을 사용한다. 돈벌이도 철저하지 못하고, 그렇다고 의리에도 투철하지 못하면서 무기를 갖지 못한 백성만 들볶으며 살아간다.... p273

 

이 세상에는 너 못지않게 고집스러운 사람이 얼마든지 있다. 그 점을 생각해본 적이 있느냐?”

그것은.... 분명히 그럴 것입니다.”

너는 칸파쿠에게 전군의 출진은 불가하다고 몇 번이라도 반복해 말하겠다고 했지?”

. 몇 번이라도....”

상대 역시 너에게 지지 않고 끈질기게 요구해오면 어떻게 하겠느냐? 네가 다섯 번 반복하면 상대는 여섯 번 요구한다, 여섯 번 반복하면 일곱 번이나 엄하게 명한다. 그러면 어떻게 하겠느냐?”

그러면....”

어느 쪽도 상대의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양쪽 모두 한발짝도 물러서지 않는다.... 추죠, 이럴 경우에 세상에서는 전쟁이 일어나는 게야.”

....................

 

안팎에서 동시에 전쟁이 벌어지면 모든 것은 끝장입니다. 그러므로.... 이 토시카츠는 단신으로 찾아가 무리한 명을 내리는 상대를 즉시 처치하겠습니다.”

그렇게 하면 도리어 전쟁이 벌어져. 그래서는 안 된다. 또 그렇게 하려고 해도 할 수가 없어.”

아닙니다. 그때는 물론, 물론 그만한....”

그만 됐어. 작은 다이묘들이라면 몰라도 일본 전체를 상대할 자라면 그런 생각을 하면 안 돼. 만일 실패할 경우 그야말로 국내는 벌집을 쑤셔놓은 듯 시끄러워질 거야. 더 이상 그런 말은 하지 마라.”

....................

 

문제는 그런 궁지에 몰리지 않도록 미리 준비하는 평소의 마음가짐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아까 주군께서도 말씀하셨듯이 상대가 다섯 번, 여섯 번이나 자기 주장을 굽히지 않고 요구해온다.... 이쪽에서도 전혀 양보하지 않는다는 막다른 데까지 사태를 몰아넣어서는 안 됩니다. 막다른 길에 다다르지 않게 하는 준비.... 이것이 가장 중요한 평소의 마음가짐이라고 생각합니다.”

....................

 

추죠님, 지금 제가 깨달은 바를 말씀 드리겠습니다. 상대가 자기 동생으로 생각하겠다는 말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여 호락호락 넘어가시면 안 됩니다. 에도의 추죠는 이치에 닿지 않는 명령은 절대로 받아들이지 않는 사나이라는 생각을 갖게끔 만드십시오. 명령을 내리기 전에 상의를 하는 형식을 취하게 될 것이므로 절박한 입장에 놓이지 않고 해결될 것입니다.”

.......................

 

상의를 한다면 이쪽 의견이 통할 여지가 있습니다. 모름지기 모든 일을 상의하고 상의받는다.... 이렇게 되면 파국은 면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아랫사람들을 설득하고 그들의 설득을 받는 것이 번거롭다 하여 명령이니 절대니 하고 밀어붙이면 사태를 파국으로 몰아넣는 결과가 됩니다.” p308~312

 

전쟁에 강하고 생각도 깊다.... 그러나 이것뿐이라면 경계의 대상은 될지언정 진정한 열매는 맺지 못합니다. 이번에 칸파쿠 진중에 계시면서, 칸파쿠에 못지않은 인품을 그의 중신들에게 확실하게 인상지워야만 칸파쿠의 뒤를 이을 분은 도쿠가와 님밖에 없다고 인정하게 될 것입니다. 신불이 원하는 후계자는 반드시 칸파쿠의 아들이나 양자라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신불은 넓은 시야를 가지고 항상 보다 더 훌륭한 후계자를 찾고 계시다는 것을 아셔야 합니다.” p317

 

18

 

전투에서는 말이다, 이기고 있을 때보다도 좌절했을 때 대장의 기질이 더 잘 드러나는 법. 진격할 때도 후퇴할 때도 이성으로.... 해야겠지만 좀처럼 그렇게 되지 않는 것 같아.” p88

 

미츠나리는 그가 있는 위치에서, 챠챠는 어머니의 위치에서, 또 히데요시나 이에야스도 각각의 위치에서 세계를 본다. 이렇게 하여 서로 다른 견해는 때로는 건설의 원인이 되기도 하고 때로는 붕괴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p174

 

태어날 때 그 사람이 지니고 있는 그릇의 크고 작음이란 근소한 차이 밖에 없다. 그러던 것이 환경에 따라 차차 그 차이가 벌어지면 더 이상 비교할 수 없게 된다. p195

 

"능력 이상의 자리에 올라 무거운 짐에 못 이겨 비틀거리는 히데츠구가 여간 불쌍하지 않습니다.“

그래, 인간은 자기 그릇 이상으로 중용되어선 안 되는 모양이오.”

중용된 사람은 언젠가는 큰 파탄으로 치닫게 됩니다.... 분수에 맞아야 한다는 말에는 깊이 음미해보아야 할 뜻이 담겨 있습니다.” p205

 

()란 흉기를 들고 난동을 부리는 것이 아닙니다. 어디까지나 창()을 멈추는() 평화의 받침대가 되어야 하는 것....“

글자로 보면 분명히 그렇기는 하지만.”

세계의 움직임에 대해서는 전혀 알지 못하고 단지 산적이나 도둑의 흉내만 냅니다. 손바닥만한 땅을 서로 빼앗고 빼앗기고, 불태우고 죽이는 무명(無明)의 나날이 백여 년이나 계속되었습니다.” p240

 

19

 

그런 마음가짐으로는 이에야스의 뒤를 잇지 못해. 대장이란 항상 보통사람보다도 더 자신을 비운 인내 속에서 살아야 하는 거야.” p31

 

자신에게 엄격하다는 것이 남을 용서하는 마음의 바탕이 된다니 이 얼마나 큰 깨달음이란 말인가. 남에게 관대한 삶을 살 수 있다면 그 사람의 앞길에는 발전만이 있고, 그 반대인 경우에는 한없는 무명(無明)이 계속될 뿐이다.” p95

 

인생이란 그토록 업보가 얕지 않소. 인생이란 말이오, 죽을 때까지 무거운 짐이고 미망(迷妄)이오. 기나긴 무명(無明)의 여행이오.” p164

 

타이코는 눈을 감으셨어. 유탁에 따라 그 순간부터 내가 천하를 맡게 됐어.... 이것은 이미 움직일 수 없는 사실일세. 그렇다면 오늘 이후의 일은 나의 치세, 나의 책임.... 비록 미츠나리가 아무리 천치라 해도 그를 잘 활용하고 잘 이끌지 못하면 그것은 나의 치욕, 나의 무성의.... 엄밀히 말하면 내 치세의 오점이 되는 거야. 이 점을 깊이 마음에 새기고 적을 만들지 않는 마음가짐이 중요해.” p272

 

20

 

호랑이 입에 뛰어 들 때까지 토끼는 자기가 약하다는 것을 모르게 마련 아닐까요?”

, 참 좋은 질문이야. 네 말이 맞아. 나는 인간이란 감정이 칠할, 이성이 삼할이라 생각해.“ p19

 

타이코를 대신해서 천하를 맡게 된 이상 나도 진지하게 생각해야 할 문제야. 네가 말하는 그 토끼에게 어떻게 하면 자기가 약하다는 것을 깨닫게 하느냐가 문제야. 깨닫지 못하고 덤빈다면 깨물 수밖에 없지. 깨물게 되면 천하는 난리에 휩쓸리고, 난리가 일어나면 나의 기량은 떨어질 뿐이야.” p21

 

절대로 사람은 남을 깔보아서는 안 돼. 자신감을 잃게 하는 욕설과 꾸중 같은 것은 삼가야 해. 그와 동시에 지나치게 칭찬하는 것도 무책임한 일이야. 칭찬받으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강아지처럼 꼬리를 흔들게 마련이거든. 타이코는 이러한 사람의 습성을 민심수습에 자주 이용했어. 그러나 나는 달라. 나는 칭찬을 하지 않아. 의미 없이 칭찬하는 것은 상대에 대한 모독이라 생각하기 때문이야.” p23

 

미츠나리에게 화가 났다. 어째서 자기 말을 삼가고 상대의 말을 들어주려 하지 않는 것일까...

이런 일이 큰 반감의 원인이 되는 줄 깨닫지 못한다는 말인가.’ p80

 

어차피 인간의 힘에는 한계가 있다. 그 한계를 아는 것은 체념이 아니다. 인간의 생명에 대한 현명한 통찰이다. 이 한계를 깨달았을 때 비로소 인간은 자연의 운행과 자신의 생명을 조화시켜 영원으로 통하는 길을 발견하게 된다. p94

 

알면서도 혼란스러운 것은 그 일일 듯합니다. 저것이 밉다, 이것이 괘씸하다 좁게 보아 흥분하고는 혹시라도 불을 지른다면 불타는 것은 양쪽 모두...” p100

 

나는 서두리지 않겠소. 서두르면 거칠어지게 마련이오. 타카토라님도 그렇게 아시고 무장들을 대하시기 바랍니다. 결코 천하는 몇몇 야심가들이 훔칠 수 있는 것이 아니며, 훔치도록 두어서도 안 됩니다. 천하는 경건하게 신불의 뜻을 받드는 사람에게 돌아가는 것...” p143

 

"어떤 경우에도 우선은 대비, 그 다음으로는 자신의 자세를 바로할 것.... 이것이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의 자세요. 그런 마음가짐만 있다면 쓸데없는 좁은 소견이나 후회는 필요치 않소. 인내란 여기서 태어나고 마침내 그 사람을 지켜주는 것이라 믿고 있소.” p144

 

"기량이 있는 사람에게는 두 가지 유형이 있는 모양이오. 첫째는 자신의 재능을 주체하지 못하여 현실이란 세상의 틀에는 들어서지 못하는 기량인.... 또 하나는 그 재능을 겸손하게 내부에서 키워 이 세상의 틀 안에서 연마하는 기량인이오.... 전자는 반드시 비사(悲史)의 영웅이 되고, 후자는 위업을 완성하는 사람이 된다. 우리도 젊었을 때는 이 세상의 틀에서 빠져나갈 것 같아 무척 난처했었지. 기량이 있는 자도 아니면서.” p167

 

"도쿠가와 님은 인색하기로 유명한 분, 그 가신의 녹봉은 다른 가문의 가신보다 훨씬 적어. 그런데도 모두 심복하여 생명을 아끼지 않고 충성하는 것은 어째서일까? 지부노쇼가 가신들에게 후한 것은 녹봉이 아니고는 충성을 기대할 수 없다는 증거야. 돈이나 쌀로 가신을 매수한다.... 이것이 뜻 있는 가신들에 대한 모독임을 모르고 있다니까. 어린아이야. 어린아이 같은 생각이야.” p206

 

시간은 헤아릴 수 없는 영원한 과거로부터 영원한 미래를 향해 시시가각 한순간도 쉬지 않고 흐른다. 눈에 보이지 않고, 때로는 그 안에 있는 자에게 느끼지 못하게 하는 일도 있다. 그러나 그동안에도 시간은 계속 흐른다. 인간이 지금이라고 한 순간 지금은 이미 흐르고, 내일도 내일이 되면 이미 지금이 되어 있다.

앞으로 두고 보자!’는 미래 역시 인간 각자의 희망은 나타낼 수 있어도, 과거가 된 뒤에 돌아보면 그 얼마나 하찮고 익살스럽게 보이는 것일까.

....

인간의 원한과 책략, 영달과 의지는 티끌 같다. 아니, 인간 자체가 시간에 의해 키워지고 시간에 의해 죽음에 이르며 시간에 의해 잊혀지는 철칙 앞에서는 완전히 무력한 존재.... 어제는 이미 어제가 아니고, 내일은 오늘이 되어 다시 어제로 바뀌어간다.

....

인간이 있다고 믿는 것은 언제나 쉬지 않고 흐르는 오늘의 바로 지금. 그 잠시도 쉬지 않는 오늘의 바로 지금을 영원인 줄 착각하고 부질없이 웃고 울며 저주하고 탐욕을 부리다 죽음을 맞이한다. p230

 

이전에는 곧이곧대로 생각하고, 접근하는 자들을 곧이곧대로 꾸짖었다. 그 결과 뜻하지 않은 적도 만들고 필요 이상으로 오만한 사나이라는 반감도 갖게 했다. 그러나 목적을 한 곳으로 응집시킨 지금 모든 것이 거짓말처럼 편해졌다. p237

 

"전진만 알고 후퇴를 모르면 패배하는 것은 전쟁터에서만 적용되는 일이 아니오. 인간에게는 인내가 제일인 때가 많소.” p318

 

21

 

어느 세상에나 실력은 갖추지 않고 영리한 두뇌만으로 보신하려는 관리는 그 소심한 책략 때문에 도리어 큰 파탄을 초래하게 마련... p39

 

인간이 무엇인가를 소유하고자 집착하는 한 고뇌는 무한히 계속된다. 그 집착의 목표가 성()이거나 금이거나, 혹은 영혼이거나 육친이거나 마찬가지. 아니, 이미 나의 몸과 생명조차도 집착의 도를 넘으면 고통의 원인 이외에 아무것도 아니다.

전혀 어려울 것 없습니다. 생명이 있는 것은 반드시 죽고, 형태가 있는 것은 반드시 없어진다.... 이것만 알고 있으면 됩니다. 타이코님도 돌아가시기 직전에 깨달으셨습니다. 그것이 지세이에 잘 나타나 있습니다.”

인간이라 해도 한 인간에게 같은 상태는 두 번 다시 있지 않다. 오늘은 곧 어제가 되고, 내일은 곧 오늘이 된다. 결코 정지하려는 일이 없는 시간의 흐름 속에 시시각각 변하고 있다. 그 변화의 방향을 마음에 새겨, 좋은 것으로부터는 좋은 싹이 나오고 나쁜 인연으로부터는 나쁜 결과가 생긴다는 것만 알면 된다고 가르쳤다.

곧 인간이 집착하는 대상도 시시각각 변하고 있으므로 어느 한 가지에 집착하는 일은 모든 일에 집착하는 것.... 다시 말해서 꿈에 매달리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했다. p70

 

여자는 하늘이 내린 세 가지 큰 힘을 가지고 있어. 첫째는 색()으로 남자를 사로 잡는 힘, 둘째는 아내 자리를 차지하는 힘, 셋째는 어머니 자리에 앉는 힘... 뛰어난 여자는 이 세 가지 힘을 하나로 묶어 남자들의 마음과 손발을 꽁꽁 묶는 것일세.” p121

 

무사들은 유난히 사나이 체면이 선다거나 안 선다고 고집을 부리는 버릇이 있다. 그러나 요도야의 상점에서 보고 있으려면 전혀 반대라고 했다. 어느 다이묘든 여자의 마음가짐 여하에 따라 소요되는 경비가 크게 좌우되기도 하고, 훌륭한 영주가 되거나 어리석은 영주가 되는 등 가문의 큰 소동이 되풀이 된다. p122

 

여자라도 특히 어리석은 경우에는 이야기가 되지 않지만, 보통 여자라면 일단 품에 안겨 안에서부터 보아나가면 남자의 가치를 완전히 파악하는 모양일세. 웬만큼 현명한 여자에게는 남자가 철모르는 어린아이로 보이는 모양이야.”

그래. 처음에는 어린아이처럼 생각하고 대했을 테지. 그러다가 이런저런 부족한 점을 발견하게 되고는 가만히 있을 수 없게 되었을 것일세. 색정으로 보이는 남녀관계에도 이와 같은 어머니의 마음이 깃들어 있는 거야. 그 어머니 마음은 상대방 남자에게 부족한 면이 있다고 생각하면 할수록 사랑이 더해지게 마련. 신불은 여자를 그런 존재로 만들어놓았어.” p124

 

"저는 인간에게는 처음부터 적도 자기편도 없다고 생각해요.”

적으로 돌리건 자기편으로 삼건 모두 이쪽에서 하기에 달렸습니다...” p129

 

"험준한 곳이라 해도, 적이 내미는 창이 한 자루일 때 이쪽에서 찌르는 창도 한 자루. 창의 승부는 군사의 강약에 있지 지형의 험준함에 있지 않아. 그런 장소의 선봉에는 이 이에야스가 서겠다.” p204

 

22

 

사사로운 정이나 야심에서 나왔다면 무리를 동반한다. 무리는 한때의 소강상태를 가져오기는 하나 언젠가는 무너지게 된다.

패권을 눈앞에 두고 중도에 쓰러진 노부나가.

대륙 원정을 시도하다가 죽음을 앞당긴 히데요시....

지금 나의 의도에는 그들과 같은 무리가 있는 것은 아닐까? 그렇게 생각하는 순간 이에야스는 직접 만든 지휘채를 본래의 대나무숲으로 되돌렸다.

.....

전쟁터에서 지휘하는 것만으로 천하의 평화는 이루어지지 않는다. 진정으로 사람들을 심복시킬 수 있는 ()’과 자연의 뜻에 부응하는 진리가 배후에 필요했다. 대나무숲에 지휘채를 버렸을 때 이에야스의 마음은 더욱 열리게 되었다. p89

 

어떤 의미에서 전쟁의 승패는 전술과 전략 외에 인간생활의 모든 면을 감안한 미묘한 계산에서 나오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에야스의 계산과 오다 히데노부의 계산은 차원이 달랐다. 히데노부에게는 눈앞에 육박해오는 적은 보이지만, 무엇이 그 적을 뒷받침하고 있으며, 무엇에 고무되어 있는지를 간파하는 힘이 전혀 없었다.

한쪽에는 이기지 않으면 이에야스가 출진하지 않는다는 정신적인 배수진이 있었다. 다른 한쪽은 무공을 서두르면서도 언제나 배후에 있는 미츠나리의 무력한 지원을 기다리는 나약한 장수들이었다. p127

 

전쟁터에서의 계산은 평시 생각과는 전혀 다른 이질적인 것. 평시의 생각을 전쟁터에 가지고 오면 그대로 우유부단이 되고 겁먹는 것이 된다. 거꾸로 전쟁터의 결단으로 평상시의 일에 임하면 구제받을 수 없는 폭군이라는 낙인이 찍힐 터. p250

 

전쟁은 이제부터야. 승리의 함성은 오사카에 돌아가 인질로 잡혀 있는 사람들을 무사히 풀어준 뒤... 알겠나, 이긴 뒤에도 투구 끈을 졸라매야 하는 거야.”

익살스러운 것 같으면서도 인정의 기묘함을 다한 그 한마디가 장수들의 가슴을 크게 울렸다. p288

 

밑에 깔린 것이 시모츠케노카미임을 알았을 때 그대도 조마조마했을 것이다. 가세하고 싶었을 거야. 그러나 도와주면 훗날을 위해 좋지 않아. 오늘은 첫 출전, 그런데 도움을 받았다면 시모츠케노카미는 전쟁이 얼마나 무서운지 끝내 모르게 될테니까.”

...”

실수는 결코 작은 것이 아니다. 진정한 전투가 어떤 것인지 알지 못하고 다음 전투에 나선다면 반드시 용병(用兵)을 잘못하여 많은 부하들에게 눈물을 보이게 된다. 아니, 그것만으로 끝나지 않아. 그 과오가 전군의 승패를 결정하게 될 경우가 적지 않다. 전투의 실체를 잘 알고 분별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야.” p294

 

23

 

인간은 너무 건강하다든지 지나치게 만족을 느낄 때도 경계해야 하지만, 지쳤을 때의 소극성도 역시 엄하게 조심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에야스는 아무 생각 없이 염불을 외다가 문득 자기가 지쳐 있음을 깨달았다. 깨닫는 순간 곧 이에야스는 그답게 반성하고 스스로 조심을 기했다. 일본 전체가 순순히 자신의 조치를 받아들인다 할지라도 그것으로 안심하거나 지쳐버려도 될 때가 아니었다. 혼노사에 갈 무렵의 노부나가의 방심과, 조선 침략 때 강화가 성립될 것으로 믿었던 히데요시의 안도감 등이 바로 그 좋은 예였다. p112

 

"포섭되지 않는 자는 대체로 세 가지로 나눌 수 있어. 상당한 능력을 가졌으면서도 다른 사람과 화목하지 못하는 편협한 사람, 다음에는 전혀 기량이 없는 무능한 사람, 그리고 보통 기량은 가지고 있으나 지나치게 의리를 지키고 처세에 서투른 고지식한 사람일세.” p121

 

누구나 말이다. 정의란 게 그대가 찾고 있는 것처럼 깨끗이 닦인 구슬 그대로 반짝인다면 고생하여 찾을 자가 하나도 없어. 정의 역시 항상 진흙 속에 있는 거야. 이에야스는 그대로부터 눈을 떼지 않겠다. 먹느냐 먹히느냐 각오를 단단히 하고 구슬을 찾아야 한다. 알겠는가?” p164

 

"인간이란 말이다. 토끼를 잡는 데도 전력을 다하는 사자의 마음가짐을 자칫 잊어버리기가 쉬워. 이를 잊는다면 단 하루도 주인 자리에 앉을 수 없어.... 몇 만, 몇 십만의 가신이 있다 해도 그들 각자와 항상 먹느냐 먹히느냐의 대결을 하게 돼. 이쪽에 조금이라도 틈이 생기면 당장 신뢰를 잃고 멸시를 받게 되는 것이야.“ p165

 

남이 만든 것을 그대로 물려받기란 쉬운 일이었다. 그뿐 아니라 그렇게 해서는 정치를 쇄신하려는 목적은 결코 달성되지 않는다. 세상에서는 타이코의 유산을 가로챘다고 말할 터였다. 아버지는 장차 수도에 접근하기 위한 초석으로 아즈치에서 오사카로 진출한 노부나가와 히데요시의 구상을 깨끗이 버리고 이곳 무사이세 정치의 중심을 옮기려 하고 있다. p223

 

24

 

토지든 황금이든 진실로 자기 것이란 아무것도 없는 법. 소유했다는 생각 자체가 일시적인 착각.... 죽을 때는 누구나 빈손으로 가는 것일세. 간단한 것 같지만 이 이치를 좀처럼 이해하지 못해. 그래서 나는 일단 맡은 토지나 재물을 자손대까지 전하고 싶다면 맡은 것에 대해 철저를 기하라.... 아니, 이 조건만 지켜나가면 그 소원은 반드시 달성된다는 목표를 확실히 내세워 법도로 삼았어.”

토도 타카도라는 앞으로 몸을 내밀고 맞장구를 쳤다.

바로 그것입니다. 주군의 마음에는 사심이란 없으십니다. 그러나 어떠한 마음으로 법도를 세우시더라도 이해하는 자는 반도 안 되는 것이 세상입니다. 그러므로 이 점을 심사숙고하신 다음 단호하게 실시하는 것이 좋으리라 생각됩니다.” p69

 

세상에 농담도 우스갯소리도 통하지 않는 인간만큼 대하기 어려운 사람도 없다. 처음에 그는 이에야스가 그런 것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일부러 시치미를 떼고 점잔을 빼 상대의 농담을 봉쇄하려는 줄만 알고 있었다. 그런데 이에야스의 경우에는 그렇지 않았다.

이에야스는 철두철미 진지했다. 공작새 한 마리, 토끼 한 마리를 잡을 때도 호랑이나 사자를 대할 때도 똑같이 신중하게 대했다. 감탄할 것은 감탄하고 무시할 것은 매정하게 무시했다. 경우에 따라서는 이 때문에 상대가 몹시 어색하게 여기고 당황하지만, 그런 일에는 굳이 신경을 쓰지 않았다. p81

 

구상은 누구나 할 수 있다. 문제는 그것을 살릴 사람이 있느냐 없느냐에 달려 있다. p91

 

무사는 말이지, 그 생애가 인내심의 싸움이야. 무서울 때는 무섭지 않다고 자신을 꾸짖고 아플 때는 눈을 크게 뜨며 웃어 보여. 푸념을 늘어놓거나 눈물을 흘리거나 하면 벌써 그때는 누군가에게 목덜미를 물어뜯기고 있는 거야. 난세의 사나이들은 모두 그와 같은 인내의 무거운 짐을 지고 살아남은 거야.” p119

 

노부나가는 인재발굴의 명인이었다. 히데요시는 사람을 부리는 재주가 뛰어났다. 이에야스는 그 두 사람의 장점을 본받아 인물의 식별과 인간에게 숨겨져 있는 장점을 찾아내어 활용하는 지도자적인 그릇이었다. 따라서 저마다 훌륭한 가신을 가지고 있었고 정세를 그릇되게 판단하지도 않았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하나의 시대를 창조해낼 수 없다. 또 하나의 것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그 위업을 크게 도와주고 있었다. 많은 사람들은 그 무언가를 간과하기 쉽다.

말할 것도 없다. 그것은 개개인으로는 어리석게 보이는 민중의 희원(希願)이고 대중의 뜻이 향하는 곳이었다. p170

 

"사람의 일생은 무거운 짐을 지고 먼길을 가는 것과 같다. 서둘러서는 안 된다.... 불편함을 일상이라 생각하면 부족함에 대한 불편은 줄어들게 마련. 마음에 욕심이 생기거든 곤궁할 때를 생각하라....”

이렇게 말하고 희미하게 웃으면서 말을 덧붙였다.

인내는 무사태평의 근원이야. 분노는 적이라 생각해야 해. 이기는 것만 알고 지는 것을 모르면 그 피해는 자신에게 돌아오고 말지. 그리고 자신을 탓하되 남을 나무라지 마라. 모자란 것은 지나친 것보다 나은 법이야.”

이는 이에야스이 엄격한 자기 처세훈(處世訓)이었던 듯. 카츠시게는 그 말을 적어두었다가 매일 아침 읽고는 했다. p194

 

싸움은 끝날 때가 있다. 그러나 이 세상은 끝이 없네. 한푼도 남기지 않고 자기만 죽으면 된다....는 그런 견해는 무책임한 거야.”

죽은 뒤에 무언가를 남기겠다. 그런 여유가 있느냐 없느냐? 이 점이 인간이란 그릇의 크고 작음을 결정한다고 생각지 않나?” p294

 

"같은 문구라도 사람에 따라, 연령에 따라, 환경에 따라 모두 그 느낌이 달라진다는 사실을....” p338

 

25

 

인간은 정을 버려서는 안 되지만, 정에 져서도 안 됩니다. 이상을 가져야 하지만 현실을 떠나서는 아무것도 이루지 못함과 마찬가지입니다.” p136

 

무슨 일이든 첫 번째 안이 차질을 빚었다고 해서 모든게 끝났다고 생각하는 것은 어린아이일세. 첫 번째 안이 되지 않으면 두 번째, 두 번째 안이 아니면 세 번째.... 어른의 안은 무진장이어야 하는 거야.” p189

 

입으로는 천하를 위하고 가신을 위한다고 하면서 실은 내 자신의 욕심뿐.... 이런 생각을 하면 차마 신불 앞에 얼굴을 들 수 없지. 그런데 이런 시기가 지나면 또 하나 큰 깨달음.... 이 세상과 나라는 개인은 결코 별개가 아니라는 사실을 말일세. 알겠나? 이 몸의 도리를 알면 천지의 도리를 알게 되고, 천지의 도리를 압축하면 이 몸에 그 도리가 채워지게 되네. 잘 연마한 사심(私心)은 그대로 천지의 도리가 되는 것일세.” p280

 

거목의 가지는 어느 한 쪽에 치우치는 일 없이 사방으로 뻗어나는 것일세. 아니, 치우치지 않고 자라는 것만이 거목이 될 수 있다고 할 수 있겠지.” p284

 

염려하지 말게. 나는 방심하지 않아. 쇼군에게도 늘 그 말은 하고 있네. 대장 된 자는 구멍이 뚫린 배를 타고 불타는 지붕 밑에 누울 정도의 마음가짐이 필요하다고....” p292

 

 

26

 

이에야스가 무엇보다 싫어하는 것은 시대의 흐름을 읽지 못하는 어리석음.... 그 점에서 이에야스는 이상할 정도로 날카로운 감각을 지니고 있었다. 고생한 자가 고생을 모르는 자들을 싫어하는 것처럼 이에야스도 앞을 내다보지 못하는 자를 경멸하는 것만으로 끝나지 않는 성격.... 이라고 마사무네는 보고 있었다. p172

 

자자손손의 생활까지도 조상들이 규제한다는 것은 역시 아집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인간은 자기를 신뢰하는 자를 위해서는 기꺼이 죽을 수도 있는 일면을 버릴 수 없다. 그렇다면 그것은 하나의 아름다운 의지라 생각해도 좋을지 모른다. p197

 

처음에는 그녀도 이에야스를 속을 알 수 없는 차고 탁한 늪처럼 생각했다. 그런데 그 감정을 표면에 드러내지 않는 무서운 마음이 실은 사람은 죽을 때까지 성장한다고 하는 이에야스 나름의 인간관계에서 비롯된 겸손과 위안에서 오는 인내였음을 알았다. p218

 

정치란 냉정한 계산에 따라 천하를 다스리는 것, 혈육애나 인정과는 때때로 무섭게 상극한다....’ p246

 

27

 

악인이니 선인이니 하고 단정할 때는 반드시 그 바닥에 편견이 깔려 있는 거야. 곧 자신에게 도움이 될 경우에는 선인이라 하고, 불리할 때는 악인으로 단정하게 되는 것이지....”

그러합니다.... 분명히....”

히데요리는 대답하면서 잔을 놓았다.

그런 편견들을 버리고 나면 인간들은 모두 백지가 되는 것 같아. 그것이 상대하는 사람, 놓여진 장소, 자기 욕망의 많고 적음에 의해 여러 가지로 채색되지. 가난한 상태로 버려두면 도둑질을 하게 되고, 여자들 가운데 풀어 놓으면 색욕에 빠지게 되는 거야. 불우한 가운데도 재주가 뛰어나면 모반을 꾀하게 되고, 역량이 있으면서도 때를 얻지 못하면 난을 일으키게 되는 것이야. 알겠나?”

.”

요컨대 구 할 구 푼까지는 천성적인 것이 아니라 후천적인 성장과 이해에 관계돼.... 물론 그렇다고 인연의 영향이 전무하나든 것은 아니지만....” p34.

 

자신을 살리고 동시에 남도 살려 나가는.... 그 지혜가 없다면 인간이 아니야.” p 125.

내 몸의 죄를 두려워하고 내 몸의 불결을 사죄하는 마음.... 그것이 없는 자는 사람이면서도 사람이 아니야. 이것 봐. 오미츠.... 한마디로 해서 신불은 합장하지 않는 자에게는 은총을 내리지 않아. 합장은 자기 몸의 죄를 두려워하고 내 몸의 불결을 사죄하는 마음이야.” p126

 

인생.... 이라고는 하나 그것은 순간순간의 누적에 지나지 않는다. 한 순간의 만남을 소중히 한다.... 아니 순간의 만남에 정성을 다해 대하려는 다도(茶道)의 마음이야말로 인생 그 자체를 충실하게 하는 진실을 말해준다. p139

 

소문이란 고금을 통해 그야말로 이상한 힘을 가지고 인심을 마구 휘젓는 괴물이었다. 어떤 때는 이 소문이 뜻밖에도 바른 여론의 근원이 되기도 하지만, 어떤 경우에는 손을 쓸 수 없는 폭동이나 폭행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p161

 

세상일에 아무 생각도 떠오르지 않는다....는 일이 있어선 좋지 않아. 사건이 일어났을 때는 그 결말을 지어야 해. 결말을 짓지 못할 것 같으면 직무를 내놓고, 사건이 일어난 원인이 자기 잘못임을 확신했을 때는 사죄하는 방법도 있을 거야.” p233

 

28

 

이 또한 인간의 슬픈 측면인지도 모른다. 인간은 각각 다른 용모를 지니고 태어나듯 스스로의 생각에도 남을 받아들이지 않는 각각의 밀실이 존재한다. p35

 

일만의 군사가 일기당천의 기풍에 지배되면 마치 일천 만 대군이라도 되는 듯이 자기도취에 빠지는 것일세. 일만은 역시 많다...고 생각되지만... 그래도 괜찮겠지. 나는 자기도취에 빠진 떠돌이무사들 중에서 오사카에 들어갈 만한 자들을 밖에서 포섭하여 화근을 끊도록 하겠네. 그러니 자네도 영지 이전에 반대만 하지 말고 히데요리님과 생모님을 차분하게 설득하여 파멸의 구렁텅이에 스스로 뛰어들지 않도록 힘써주게.” p49

 

인간은 아무리 냉정한 자라도 감정이 육 할이고 생각이 사 할이야. 내가 진심으로 도요토미 가문의 장래를 걱정하는 이 마음... 모자에게 잘 전해지도록 부탁하네.” p49

 

바보는 부지런히 움직이다가 자기 운의 문을 자기 손으로 닫아버리는 거야.” p67

 

이 세상을 움직이는 것은 의리와 인정이에요. 의리란 감정을 떠난 도리... 그런 의리가 따뜻한 인정의 뒷받침을 받았을 때 비로소 남을 움직이고 자신도 납득하게 되는 거예요.” -요도부인- p76

 

인간 가운데는 언제나 행동을 통해 주동적 역할을 하는 자가 있고, 이따금 흥분해 묘한 선동의 화살을 쏘아놓고는 그 선동이 현실로 나타나면 슬쩍 뒤로 물러나는 자가 있다... 전자는 언제나 앞으로 나가지만 후자는 끊임없이 왔다갔다한다. 양자의거리가 벌어지면 이번에는 전자가 심하게 후자의 엉덩이를 때리는 결과가 된다. p90

 

전쟁이란 이해득실만으로 일어나지는 않아. 가장 두려운 것은 전쟁의 계기. 대불개안 공양을 하는 날 모여든 많은 군중이 봉기하면 어떻게 하겠나?” p101

 

나는 일이 벌어질까 두려워 그 뿌리에 흙을 덮으려고 했어. 흙을 덮으면 뿌리는 더욱 뻗어갈 뿐인데도.” p106

 

지금까지 히데요리님 체면을 세워주려다가 오히려 망치게 된 것만 같아... 어린아이로만 취급했던 거야. 인간은 단련되기 전에 천부(天賦)의 기량, 천부의 운도 있는 법일세. 그런데 내 뜻대로 되리라 착각하고... 그랬던 게 오히려 하늘의 뜻에 어긋나는 일이었어. 그래서 앞으로는 어른으로 대하려고 하네.” p112

 

인간이란 의외로 분수도 모르고 엉뚱한 도박을 좋아하게 마련. 얻을 것이 많다...고 생각할수록 분별없이 움직입니다.” p151

 

새로운 것도 역시 낡게 된다...?”

. 나날이 새롭고 나날이 앞으로 나아간다... 같은 곳에는 잠시도 머물지 않는 것이 천지의 모습 같습니다.” p154

 

인간 세상에서 경계해야 할 파란의 뿌리는 언제나 이처럼 사소한 틈새를 보이는 데서 뻗어나가는 것인지 모른다. p260

 

인간의 눈이 부정확하다는 것은 잘 알고 있었다. 미숙한 자는 눈으로 사실을 보지 않고 감정으로 사태를 판단한다. 좋아하는 것 중에서는 장점만 골라내고, 싫어하는 것에서는 결점만 찾아낸다. 이렇듯 미숙하고 부정확한 눈밖에 갖지 못한 자가 100명 가운데 95명이 되어 그들이 서로 얽혀 울거나 싸우는 것이 현실 세계였다. p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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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솔직함도 실은 평화의 산물이라고 생각했다. 생명의 위험이 없는 세상에서 살다 보면 인간은 생각하는 것을 그대로 입에 올리게 된다. 그러나 평화는 그리 오래 계속되는 것이 아니다. 그렇다면 그 솔직함이 결국은 자신에게 칼날을 들이댈 위험한 방심이 될 수도 있다. p10

 

애정이란 여러 가지 형태로 나타나게 마련이다. 질투도 애정이라면 답답함도 애정, 때로는 증오나 적의도, 저주와 살의도 애정의 변형이 될 수 있다. p47

 

개인의 지혜와 사고에는 한계가 있다. 진정으로 지혜가 있는 자는 남이 하는 말을 광범위하게 듣고 나서 훌륭한 지혜를 받아들여 이용하는 사람이다.

그러므로 참으로 지혜로운 자에게는 지혜가 막히지 않는다....’ p233

 

파괴한다는 점만으로 볼 때, 그 일은 넓은 의미에서 큰 손해가 된다. 파괴는 언제나 그 이상을 건설하기 위한 것....을 전제로 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 이치를 알겠느냐?” p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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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중에 유령이 있다고는 생각지 않았으나 원망을 품은 채 움직이는 유령 같은 인간은 끊임없이 나타나는 것인지도 모른다. 사랑하려고 하면서도 사랑할 수 없는, 아니 사랑과 증오가 뒤얽혀 무엇이 무엇인지 모르는 채로 이상야릇한 모습으로 윤회의 수레바퀴를 돌린다. p33

 

무장의 의리라는 것은 묘한 긍지와 허영에 이어졌다.

이에야스가 이번의 승패는 그대 한 사람의 거취에 달려 있다고까지 칭찬한 모토츠구를 술잔도 내리지 않고 전쟁터에 보낸다.... 이렇게 되면 모토츠구는 자기를 인정해준 이에야스의 칭찬에 보답하여 개전 첫날에 전사하겠다는 심정이 될지도 모른다....

.......

전투에 능한 자와 서툰 자의 차이는 출진할 때 사기를 진작시키는 방법 여부에 달려 있다. 전국인의 인간관계에서는 특히 사기가 중요하다. 일거일동(一擧一動)에 생사가 달려 있는 만큼 이해관계로만 움직이는 내 몸....이라고 생각할 때는 이루 말할 수 없이 따분한 인생으로 전락하고 만다. 그래서 일부러 의리라는 깃발을 마음속에 세워두고 거기에서 구원을 찾으려 한다. p137

 

인간이란 자기 목숨을 내던졌을 때 놀랍게도 용기가 생기게 마련이다. 그렇다고 이때의 용기와 평소의 자기가 아무 관련도 없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잘못이다. 평소의 연마가 없었다면 그 용기 역시 있을 수 없다. 평소 단련이 철저했다면 그 용기의 질 역시 철저해진다. p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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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인간인 이상 전혀 인정을 무시하고는 살지 못한다. 난세를 평화로운 세상으로 바꾸기 위해서는 물론 새로운 질서가 필요하고, 또 질서의 바탕이 되는 법도를 엄히 지켜야 한다. 그렇다고 법도가 있기 때문에 인간이 있는.... 것은 아니다. 법도 역시 결국은 어떻게 하면 사람들을 보다 잘살게 하는가 하는 궁리의 산물에 지나지 않고, 그 위에는 더욱 중요한 천지자연의 이치가 있다. p31

 

원래 전쟁에 필승이란 있을 수 없다.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모자라는 인간의 착각에 지나지 않는다. 전쟁만이 아니다. 모든 승부는 반반의 비율로 승자가 되기도 하고 패자가 되기도 한다. 전쟁에서는 그 위에 또 하나 화목이라는 타협의 길이 남겨져 있을 뿐, 계속 싸운다면 어떤 강자라도 결국은 반드시 패자가 될 수 밖에 없다. p97

 

문제는 그런 터무니없는 소문이 아니다. 그 소문을 없애려는 노력을 했는가 안 했는가에 있어. 사람의 입에 자물쇠를 채우지는 못해. 그런 소문을 묵묵히 없애려는 노력이 어른다운 분별이야. 그 분별을 위해 어떤 노력을 했나?” p114

 

언제나 인간에게는 운명과 숙명, 그리고 천명이라는 세 가지가 작용하고 있어...

여기에 작은 찻잔 하나를 올려놓은 둥근 쟁반이 있다고 가정하세...

그 찻잔을 사람이라고 하세. 그러면 이 찻잔은 쟁반 안에서는 오른쪽으로도 가고 왼쪽으로도 가는 등 쟁반 가장자리가 가로막힐 때까지는 자유롭게 움직이겠지. 이렇게 사람이 자유롭게 움직일 때까지가 운명이야. 따라서 운명이란 그 사람의 의지로 개척할 수도 있고 쌓아올릴 수도 있어...

그리고 이 쟁반의 가장자리... 가로막혀 움직일 수 없게 되는 곳. 더 이상은 가지 못한다고 막아선 이 쟁반의 가장자리... 이것이 숙명이라는 거야...

천명이란 쟁반, 그 위의 찻잔, 그리고 또 그 쟁반의 가장자리... 이런 모든 것을 만들어내는 천지의 명()이야. 인간은 사람의 힘으로는 어떻게 할 수 없는 천명이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 때 비로소 자기를 살릴 수 있어. 나의 천명은 무엇이냐... 이를 깨닫는 일은 또한 자기에게 부과된 사명이기도 해. 이를 깨닫지 못하는 동안에는 아무리 움직여도 허사가 되는 것이야... 숙명의 테두리 안에서의 발버둥밖에 되지 않아.” p249~250

 

싸움이 서투르면 약해지는 거야. 약해지면 자신이 없어지고 자신이 없으면 싸움의 수법이 잔인해져. 무기가 발달했는데도 싸우는 인간이 겁쟁이가 되고 잔인해진다면 차마 볼 수 없는 추태야...

법이란 필요에 따라 남을 속박하는 밧줄인거야. 그 밧줄로 묶어 자유를 빼앗는 자에게 납득할 수 없는 부도덕한 행위가 있어도 좋다고 생각하나?...

법도가 먼저냐 덕이 먼저냐... 이를 분명히 새겨두지 않으면 겁쟁이임을 위신으로 가장하는 잔인한 자가 되고 마는 것일세. 내가 싸움이 서투르고 겁쟁이가 되었다고 한 것은 그런 뜻으로 한 말이야. 덕이란 자기 몸을 꼬집어보고 남의 아픔을 아는 인정에서 출발하는 거야. 그 인정을 잘 살피는 삶에 덕이 있는 거야. 그 덕이 먼저이고, 말하자면 법은 모두가 서로 납득하는 합의일세...

그 합의가 위신이나 강제를 통해서만 시행될 때는 악정(惡政)... 악정은 결국 난세로 통하는 것일세. 선정(善政)이란 백성들이 납득할 때 비로소 가능한 거야. 그리고 다이묘 쪽에서 볼 때는 설득력일세... 이 설득력의 배후에 있는 것은 다이묘들 각자가 일상생활을 통해 쌓아 올린 덕...” p258~261

 

법령은 그 법령에 구속되는 피통치자의 납득 위에 있지 않다면 무의미 하다니 이 얼마나 뜻깊은 통찰인가. 선정은 피통치자의 납득과 통치자의 설득력 위에서 성립된다... 더구나 그 설득력은 통치자의 덕을 통해서만 힘을 발휘한다. p2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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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생활에는 항상 두 가지 면이 있다. 그 하나는 사사로운 정, 또 하나는 공적인 정...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렇게 두 가지로 나누어 생각한다. 그러나 둘로 나누면, 공적인 일을 위해서는 사사로운 정을 버려야 한다는 고통만이 남게 돼. 여기에 인간이란 그릇의 크고 작음을 분간하는 중요한 잣대가 있다고 생각하라.”

미숙한 증거라는 말이다. 공과 사가 항상 마음속에서 격투하고 있는 경지라면 인간의 일생은 희생의 연속... 법을 지키고 질서를 유지하려 하면 할수록 고통은 심해진다. 훌륭한 인생일수록 생애는 고통스러워지는 거야.”

공과 사는 하나, 사사로운 일에 기뻐하는 것이 그대로 공과도 통한다... 이런 경지에서 활동해야만 큰 그릇인거야.” p86~8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