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잎 하나 날려도 봄이 가는데
꽃잎 하나 날려도 봄이 가는데 曲江 (杜甫)
꽃잎 하나 날려도 봄이 가는데 一片花飛減却春
바람에 만점 꽃 펄펄 날리니 안타까워라 風飄萬點正愁人
보는 이 눈앞에서 꽃 이제 다 져가니 且看欲盡花經眼
술 많이 마셔서 몸 좀 상해도 저어 말지니라 莫厭傷多酒入唇
강 위의 누각에 물총새 집을 짓고 江上小堂巢翡翠
궁원가 큰 무덤에 기린 석상 나뒹굴었네 華邊高塚臥麒麟
세상 변하는 이치 잘 살펴 즐기며 살지니 細推物理須行樂
뜬구름 같은 명리로 이 몸 묶을 게 뭣이랴! 何用浮名絆此身
꽃은 누구를 위하여 피고 지는가 惜花 (嚴橒)
봄볕 아장아장 어디로 돌아가는가? 春光苒苒歸何處
새삼 꽃 앞에서 술잔을 잡아 들었네 更向花前把一杯
종일토록 꽃에게 물어도 꽃은 말이 없는데 盡日問花花不語
누굴 위하여 시들고 누굴 위하여 피는가? 爲唯零落爲唯開
무소불위의 권력은 강가에 누각을 짓고 무덤도 높이 세웁니다.
그러나 누각은 물총새가 차지하고 무덤의 석상은 무너지고 말았습니다.
꽃잎 하나 날려도 봄이 가는 것을 예감하는 시인은 나뒹구는 석상을 보며 명리(名利)의 덧없음을 예지합니다.
그러니 날리는 만점 꽃잎 앞에서 어찌 몸 생각하며 술잔을 들겠습니까?
봄도 한철, 꽃도 한철입니다.
불변하는 것은 오직 ‘모든 것은 변한다’는 것뿐이니까요.
그렇다면 꽃은 누구를 위하여 피고 지는 걸까요?
낙화유수(落花流水)가 답입니다.
떨어지는 꽃은 물결 따라 흐르기를 바라고, 물은 꽃을 품고 흐르기를 원합니다.
이처럼 서로를 갈망하는 낙화와 유수는 그래서 하나가 될 때 더욱 아름답습니다.
그러나 단순합일이 아닙니다.
만점 꽃잎은 그 자체가 하나의 흐름이 되고, 꽃을 품은 물결은 커다란 꽃이 되는 상호지향입니다.
유난히도 길고 추웠던 겨울이 지났습니다.
추위탓에 잔뜩 웅크리고 종종 걸어도 추위를 견디기에는 힘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그토록 위세당당 했던 동장군도 절기 변화에는 어쩌지 못하고 물러갔습니다.
바야흐로 겨우내 자신을 보존했던 꽃눈이 꽃망울로 잔뜩 부풀어 오르는 요즘,
조만간 산마다 진달래가 절정일겁니다.
그래서 이번 주말에는 나무와 바위 사이 피어 있는 진달래 벗삼아 산행을 계획합니다.
산행을 마치고나면 커다란 술잔에 꽃잎 띄운 낙화탁주(落花濁酒)를 양껏 마시렵니다.
그렇게 꽃과 술은 내 안에서 하나가 되는 겁니다.
- 천 지 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