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과이익공유제 - 논란의 본질
1.
우리나라는 1960년대 중반부터 총량 위주의 성장정책을 시행했습니다. 그것은 정부에 의한 ‘인위적 자원배분’과 ‘경쟁제한 정책’으로 나타납니다. 다시 말해서 정부는 유망산업을 선정하여 기업별로 사업영역을 구분해 주고, 은행을 산업정책의 수단으로 이용하여 산업별, 기업별로 자금지원 규모를 결정하여 집행한 것입니다. 그 결과 한국경제는 짧은 시간에 고도로 압축하여 성장하였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압축성장의 이면에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불균형, 지역간 불균형, 계층간 소득분배의 왜곡이라는 어두운 단면이 도사리고 있습니다.
정운찬 동반성장위원장이 제기한 것은 대기업의 초과이익을 협력업체에도 나누자는 것 즉, 대기업이 목표한 매출이익보다 더 이익이 나면 그에 협력한 중소업체에도 나눠 주자는 겁니다. 그리고 그렇게 실천하는 대기업에게는 세제혜택이나 공공기관 발주 사업에 우선권을 주는 등의 인센티브 배려를 하겠다는 것입니다. 이에 대한 재계의 반응은 불문가지입니다.
2.
작년 연말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등 엄청난 수익을 낸 대기업들은 연말에 거대한 성과급 잔치를 벌였습니다. 일례로 36세의 연봉 8천만원을 받는 삼성직원이 연말성과급으로 50%를 받았다고 합니다. 그러나 하청업체는 환율상승과 원자재가 인상이 납품단가에 정상적으로 반영되지 못하는 구조였기에 성과급 잔치는 요원했습니다.
자연계에는 에너지보존의 법칙이 있습니다. 에너지의 형태가 바뀌어도 총 에너지의 합은 일정하다는 것이죠. 경제도 마찬가지입니다. 한 쪽에서 초과이윤을 획득하면 다른 쪽에서는 그만큼 분배를 받지 못하는 것입니다. 요즘 우리 사회에서 회자되는 마이클 샐던의 ‘정의란 무엇인가’의 관점에서 보면 이것은 정의가 아닙니다.
3.
우리나라 재벌들의 독과점 횡포는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닙니다. 독과점상품의 거래도 표면상으로는 거래 당사자들의 합의에 의해서 이루어집니다. 하지만 문제는 당사자가 대등한 관계에서 합의된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앞선 기술력과 발 빠른 혁신으로 이윤의 총량을 키운 것이 아니라 대등하지 못한 관계에서 불공정한 거래로 초과이윤을 획득하였다면 이것이 바로 시장질서를 흔드는 행위입니다.
주류 정치경제학에 의하면 시장도, 정부도, NGO도 스스로만으로는 완벽할 수 없기에 상호보완해야 합니다. 그중 시장실패의 첫 번째 이유가 ‘규모의 경제 및 자연독점’입니다. 시장실패가 있을 때 시장 스스로 효율적인 자원배분의 기구가 될 수 없습니다. 시장은 절대선이 아님을 시장만능주의자들은 깨달아야 합니다.
4.
초과이익공유제가 던진 문제의식은 옳습니다. 비정상적인 초과이윤 분배구조는 바뀌어야 합니다. 하지만 정운찬식 방법은 비현실적입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일단 자신의 품에 들어온 이익을 다시 내놓으라는 방식은 사회적으로 소모적인 논란만 증폭시키고 맙니다.
문제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불평등거래입니다. 사후적 성격의 이익공유제가 아니라 사전적 조치로서 불평등거래구조를 바꿔야합니다. 이익공유제를 실시하는 회사에 세제혜택이나 공공기관 발주사업에 우선권을 주는 것이 아니라 독과점의 횡포를 저지르는 기업에 대해서 징벌적 추징과 공공기관 발주사업 참여배제를 하는 것이 우선일 것입니다.
- 천 지 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