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절주절/주류인생

술꾼들의 로망

천 지 인 2010. 11. 3. 15:41

 

 

 

 

전주 평화동에 있는 어느 주막에 걸려 있는 현수막인데,

막걸리에는 육덕(六德)과 삼반(三反)이 있다는 의미부여가 재미있다. 


육덕(六德)이라 함은

1. 유익(有益) : 막걸리를 마셔 취하되 인사불성 될 만큼 취하지 않음이 일덕이요.

2. 식   (食)  : 다른 술과 달리 새참에 마시면 요기되는 것이 이덕이며,

3. 원기(元氣) : 힘 빠졌을 때 기운을 돋우는 것이 삼덕이다.

4. 화목(和睦) : 안 되던 일도 마시고 넌지시 웃으면 되는 것이 사덕이며,

5. 화해(和解) : 큰 한잔 막걸리를 여럿이 더불어 마시면 응어리가 풀리는 것이 오덕이다.

6. 건강(Well -being)  : 각종 성인병 예방, 간에도 좋으며 장에도 무리가 되지 않는 것이 육덕이다.  


또한 삼반(三反)은

1. 근로지향의 반유한(反有閑)

2. 서민지향의 반귀족(反貴族)

3. 평등지향의 반계급(反階級)이라고 한다.

 

 

 

 

유한(有閑)이 무언가?

재물이 많아 생활에 여유가 있고 여가가 많음을 뜻하는데, 그러한 사람들을 일러 유한계급이라고 칭한다.

또한 가문이나 신분 따위가 좋아 정치적·사회적 특권을 가진 계층이나 사람을 귀족(貴族)이라고 한다.

결국 삼반(三反)은 단어만 바꿨지 같은 의미로서 “근로서민대중의 술”이라는 게다.


마시면 요기도 하고, 기운을 돋우며, 건강에도 좋다.

게다가 안 되던 일도 되고, 응어리마저 풀린다니 이건 술이 아니다.

이를 일러 천상병 시인은

“막걸리는 술이 아니고 / 밥이나 마찬가지다 / 밥일 뿐만아니라 / 즐거움을 더해주는 / 하나님의 은총인 것이다”라고 읊었다.

 

 

 


그러나 아무리 일하는 서민들이 마시는 술이라도 안주에는 격이 있어야 하는데,

막걸리 안주에 격을 더해 주는 곳이 바로 전주다.

막걸리를 시키면 집집마다 온갖 안주가 한상 가득 차려 나온다.

하지만 메뉴의 구성은 주인장의 개성만큼 제각각이다.

같은 듯 다르게 전주 막걸리집들은 보편과 특수의 변증법을 주안상으로 보여준다.

 

그래서 전주를 방문할 때마다 막걸리집을 고르는 것도 즐거움의 하나다.

허기져 에너지 보충이 필요하다면 서신동 막걸리 골목이 좋다.

여러 가지 안주를 즐기며 한정식의 풍미를 느끼자면 삼천동이 좋다.

주인장이 주는 대로가 아니라 마시는 사람이 골라먹는 재미는 효자동에 있다.


술의 종류만큼이나 안주의 종류도 많지만 삼반(三反)의 술에 격식 있는 안주의 조합을 찾기는 어렵다.

그러나 어제 먹은 안주일지라도 물리지 않으며,

밤마다 술집을 전전(轉戰)할지라도 때마다 고르는 재미가 있고,

아침이면 해장꺼리를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곳이 전주다.

하기에 그곳은 술꾼들의 로망을 간직한 곳임이 분명한 게다.   


- 천 지 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