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봉산 망해사 - 무량의 세계
그곳에 있을 것은 다 있습니다.
산과 바다, 넓은 들과 고즈넉한 절 - 이 모든 것이 함께 있습니다.
고산준령이 즐비한 나라에서 해발 72m가 어엿한 이름을 가진 것은 김제땅이기에 가능할 것입니다.
그러나 ‘진봉산’은 자신의 높이 이상을 보여 줍니다.
앞뒤 사방으로 펼쳐진 평면의 세계에서 72m의 높이는 태산이 부럽지 않습니다.
그 산에는 바다를 바라보는 절 망해사(望海寺)가 있습니다.
망해사는 한산합니다. 예나 지금이나 찾는 이 없이 조용합니다.
망해사는 조촐합니다. 건물이래야 해우소(解憂所) 포함해서 달랑 5채니까요.
망해사는 시원합니다. 앞뒤로 수평선과 지평선을 바라보는 시야는 거침이 없습니다.
8월의 망해사에서 북풍한설 몰아치는 겨울철 망해사를 그려봅니다.
썰렁하고 왜소한 망해사의 겨울은 시원함이 아니라 뼛속까지 추울 것 같습니다.
겨울바다와 텅빈 들판에 몰아치는 매서운 바람은 황량한 겨울의 극한일 것입니다.
그곳엔 석가모니를 모신 대웅전(大雄殿) 대신 아미타불을 모신 극락전(極樂殿)이 있습니다.
아미타불(阿彌陀佛)은 헤아릴 수 없는 광명(無量光)과 헤아릴 수 없는 수명(無量壽) 이라는 두 개의 덕성을 갖춘 부처라고 합니다.
끝을 알 수 없는 무량(無量)의 존재 아미타불,
석가모니를 대신하여 일망무제(一望無際)의 망해사에 자리 잡았으니 최적의 궁합이라 할 것입니다.
바라보는 것을 망(望)이라고 합니다.
단지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그리움 가득 기다리며 바라보는 것’이 망(望)입니다.
하늘 땅 바다가 만나는 망해사에서 그리움으로 기다리는 자의 마음을 헤아려 봅니다.
‘간절히 원하면 이루어진다’고 하는데, 그 간절함의 정도를 알 수 없습니다.
정도를 가늠할 수 없기에 기다리면서 간절함의 깊이를 더 해갑니다.
그리움이 쌓여감에도 지치지 않고 기다리다 보면
결국 헤아릴 수 없는 무량의 상태에서 원하는 바를 이루겠지요.
- 천 지 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