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의 향기/시처럼

그러려니 사소서

천 지 인 2010. 6. 1. 15:04

 

 

 

 


이젠 그럴 나이가 되었나보다.

혈기 넘치던 시절엔 주장을 앞세워 물러서려 하지 않았다.

타협보다는 입장의 고수만이 정의라고 여겼다.

비록 이로 인해 시련이 있어도 그것만이 소신을 지키는 방법이라 생각했다.

젊은 시절 그렇게 그러면서 살았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면 신체가 둥글둥글 해지듯 날 선 마음도 무뎌지나 보다.

'그러려니'라는 표현이 거부감 없이 자연스럽게 다가오니 말이다.


'도리를 따르되 치우치지 않음'은 중용(中庸)이며,

'제 색깔을 지니되 상대방도 생각하는 여유'는 포용(包容)이다.

이렇게 중용과 포용의 자세가 있어야 '기쁘고 노여우며 슬프고 즐거운 감정'은 극단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

이를 위해 '아무리 바빠도 기다릴 줄 알고 자기 수련에 충실하며 어디서나 겸손하고 쓴 소리에 귀 기울이라'고 시인은 말한다. 

결국 체념이나 허무가 아닌 수련(修鍊)으로서의 '그러려니'인 게다.

 


- 천 지 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