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락능선에서 Y계곡으로 - 도봉산
깜깜한 새벽에 잠 깨어 시계를 보니 5시,
넉넉히 남아 있는 수면시간에 안도하며 잠을 청한다.
그러나 한번 깬 잠은 다시 청해도 쉽사리 오지 않는다.
아리따운 여인을 그리워하며 잠을 이루지 못함을 표현한 전전반측(輾轉反側)!
돌아눕고(輾), 구르고(轉), 뒤집었다(反), 옆으로 세우기(側)를 1시간여 반복하다 결국 몸을 일으킨다.
마음은 몸을 다스리고, 몸은 마음을 만든다.
청해도 오지 않는 잠을 붙들려 할수록 서로를 부정하는 몸과 마음,
이 둘이 서로를 긍정하기 위해서는 에너지의 올바른 분출이 필요하다.
생각이 이에 이르자 갑자기 바빠진다.
면도하고 세수하고 밥 먹고 짐 꾸리고....
아침 7시에 배낭을 메고 집을 나선다.
듬성듬성 불 켜진 몇몇을 제외하고 다들 일요일의 여유를 수면으로 즐기나보다.
집과 가게가 얼기설기 연결되어 있는 골목길은 아날로그 세상이다.
이곳에서 포용되는 개 짖는 소리, 아이들 뛰노는 소리, 두부장수 딸랑거리는 소리도 디지털화 된 아파트에서는 천덕꾸러기 소음에 지나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0과 1로 표현되는 이산적 디지털 세계보다 연속성의 아날로그 세계를 더 좋아한다.
[다락능선에서 바라본 선인봉-만장봉-자운봉]
대문을 열면 정겨운 얼굴이 튀어 나올 것 같은 골목을 지나 전철을 탔다.
전철에서 지도를 펴고 산행 경로를 구상하다 다락능선, 포대능선, Y계곡을 거쳐 신선대로 마음을 굳힌다.
바위가 다닥다닥 붙어 있어서 다락능선인지,
능선 중간 중간 전망 좋은 바위가 다락방처럼 존재해 다락능선인지 어원은 알 수 없다.
어쨌든 다락능선에서 바라보는 포대능선은 좌우로 거침없이 쭉 펼쳐져 있어 볼만하다.
거대한 바위덩어리로 툭 불거져 솟아오른 선인봉, 만장봉, 자운봉의 모습도 빼어나다.
[다락능선 오름길]
[Y계곡 오름길]
포대능선 정상에서 숨을 고른 후 Y계곡을 거쳐 자운봉을 향한다.
이곳은 험준한 바위길이기에 난간에 의지하여 한사람씩 통과해야 하는 곳이다.
많은 사람들이 엉키면 오도가도 못할뿐더러 사고의 위험이 상존하는 구간,
그래서 주말과 공휴일에는 포대능선에서 신선대 방향으로 일방통행이 실시된다.
도봉산의 참맛은 포대능선에서 Y계곡, 신선대에 이르는 코스를 타야 느낄 수 있다.
사지를 모두 이용해 신선대에 올라 사방을 조망한다.
북쪽으로 포대능선을 지나 사패능선이 펼쳐지고, 남쪽으로 삼각산의 세봉우리가 보인다.
동쪽으로는 수락산과 불암산이 보이며, 서쪽으로는 오봉이 전개된다.
언제 둘러보아도 밉지 않은 풍경이다.
[신선대에서 바라본 포대능선]
[신선대에서 바라본 북한산 - 노적봉, 백운대, 인수봉]
신선대 밑으로 내려와 양지바른 바위에서 요기를 한다.
나의 식탁은 언제나 김밥 한 줄, 삶은 계란 세 개, 막걸리 한 통이 전부다.
간단한 식사와 휴식을 마치고 하산을 시작한다.
마당바위를 거쳐 도봉서원으로 날머리를 잡았다.
방향을 설정하고 거침없이 내려온다.
비록 홀로 산행이지만 바위와 함께한 산행을 즐거운 기억으로 입력한다.
- 천 지 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