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의 향기/시처럼

님 기다리는 마음

천 지 인 2009. 9. 18. 14:49

 

    

님 기다리는 마음 (閨情)

                                    이단(李端)

달 지고 별도 듬성 날이 새는데                   月落星稀天欲明

가물거리는 등불 아래 꿈도 꾸어지지 않네         孤燈未滅夢難成

저고리 걸치고 행여 님 오시나 문 밖에 나서니     披衣更向門前望

애꿎은 까치만 아침부터 울어대네                 不忿朝來鵲喜聲



 




밤새 뒤척거리는 사이 어느덧 달은 지고 별도 사라진다.

님에 대한 꿈이라도 꾸면 좋으련만 꿈도 꾸어지지 않는구나.

새벽부터 사립문 밖에 서성이며 오지 않는 님을 기다린다.

기다려도 님은 오지 않고, 얄궂게 까치만 울어댄다.

그래도 까치를 원망하지 않는다.

뒤늦게라도 나타날 거라는 희망이 있으니까.


삶은 그런 거다.

만사 내 뜻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허나 까치소리 위안삼아 희망을 가지고 인내하며 기다리는 거다.

기다려도 오지 않으면 뚜벅뚜벅 희망을 향하여 전진하는 거다.

그날이 올 때까지.

삶은 그런 거다.


- 천 지 인 -